30년 넘는 지속적인 조사에도 그간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미국 동굴어에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동굴에 서식하는 진동굴성 동물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신종 생물에는 넷플리스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속 익숙한 괴물 이름이 붙었다.

미국 미시시피주립대학교 파멜라 하트 교수 연구팀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이달 초 발간된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먼저 소개됐다.

신종 동굴어 데모고르고니크티스 아르카누스 <사진=파멜라 하트>

‘기묘한 이야기’ 속 괴물 데모고르곤을 따 데모고르고니크티스 아르카누스(Demogorgonichthys arcanus)로 명명된 이 동굴어는 미국 앨라배마주 밥캣 동굴에서 발견됐다. 학자들은 이곳에서 30년 넘게 진동굴성 동물을 조사했지만 데모고르고니크티스 아르카누스는 최근에야 파악됐다.

조사한 개체들은 몸길이가 27~42㎜로 작은 편이다. 정밀 분석한 결과, 새로운 속과 종에 해당했다. 몸 전체에 색소가 없고 눈이 완전히 퇴화했다. 동굴어가 눈과 색을 잃는 현상 자체는 드물지 않지만, 연구팀은 머리와 입 모양, 지느러미 구조가 기존 동굴어와 미묘하게 다른 점에 주목했다.

밥캣 동굴과 키 동굴 등 앨라배마 지역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동굴어들. 위 사진 상단부터 타이플리크티스 서브테라니우스(Typhlichthys subterraneus)와 데모고르고니크티스 아르카누스(Demogorgonichthys arcanus), 스테오플라티리누스 폴소니(Speoplatyrhinus poulsoni). 아래 사진은 각 동굴어의 두부 확대 이미지다. <사진=파멜라 하트>

CT 스캔을 이용한 골격 분석과 유전체 비교 결과는 예상보다 더 놀라웠다. 파멜라 하트 교수는 “이 물고기는 같은 동굴에 사는 기존 동굴어와 유전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며 “기존 어느 속에도 포함되지 않는 독립된 계통으로, 빛을 감지하는 로돕신 유전자도 기능을 잃어 완전한 암흑 환경에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밥캣 동굴은 1990년부터 거의 매달 수질과 생태 조사가 진행됐지만 이 물고기는 기존 동굴어와 외형이 비슷해 발견이 늦었다”며 “빛이 없는 환경에 각각 적응하는 과정에서 눈과 색소를 독립적으로 잃은 수렴진화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기묘한 이야기'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데모고르곤 <사진=넷플릭스>

데모고르곤은 ‘기묘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괴생물체로 눈과 코가 퇴화했고 꽃잎처럼 갈라지는 입이 달린 뒤집힌 세계의 포식자다. 여기 결합된 이크티스(ichthys)는 그리스어로 물고기를 뜻한다. 종명 아르카누스는 라틴어로 ‘숨겨진’ 내지 ‘비밀스러운’이라는 뜻이다. 오랜 조사에도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던 특징을 반영했다.

신종은 밥캣 동굴에서만 확인됐다. 연구팀은 서식지가 극도로 제한된 데다 동굴 주변에서 중금속 오염도 확인된 터라 멸종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동굴 입구뿐 아니라 지하수로 연결되는 주변 토양까지 함께 보호해야 이 희귀한 생물을 보전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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