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틴 몸을 가진 피낭동물 살파를 승용차처럼 타고 유유히 바다를 이동하는 문어가 카메라에 잡혔다.

미국 수생생물 전문 사진가 헨리 쿠퍼 씨는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투명한 봉투 안에 쏙 들어가 어디론가 향하는 문어를 발견했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자세히 들여다본 헨리 쿠퍼 씨는 투명 봉투가 피낭동물의 일종인 큰살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살파는 술병을 닮은 체형이 특징이며 해파리처럼 부유생활을 한다. 바다의 대표적인 여과 섭식자로 통형 몸에 물을 잔뜩 흡입해 식물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다. 이런 먹이활동이 바다의 청소 작용을 해 해양 환경에 중요한 동물이다.

젤라틴질 몸체를 가진 피낭동물 살파의 속에 들어간 오사이도 튜버쿨라타. 수컷으로 파악됐다. <사진=헨리 쿠퍼 인스타그램>

살파를 타고 이동하는 문어 사진은 SNS에 공개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살파에 무임승차한 문어를 본 전문가들은 오사이도 튜버쿨라타(Ocythoe tuberculata)로 파악했다. 일본에서도 종종 눈에 띄며 현지에서는 아미다코라고 부른다. 주로 외양에 서식해 사람 눈에 띄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국 슈미트해양연구소(SOI) 관계자는 “오사이도 튜버쿨라타 자체가 희귀한데 살파에 들어가 이동하는 사례는 더더욱 드물다”며 “이 기묘한 공생 행동이 기록된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문어가 굳이 다른 생물을 거처 내지 이동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혹독한 자연계를 살아가는 생존전략 같다”며 “오사이도 튜버쿨라타가 왜 큰살파 속에 들어갔는지 알아낸다면 이 희한한 생물의 생태를 보다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살파의 내부 기관을 파먹고 몸체를 차지한 오사이도 튜버쿨라타 <사진=헨리 쿠퍼 인스타그램>

열대에서 아열대 지역에 걸친 따뜻한 바다에 분포하는 오사이도 튜버쿨라타는 수심 200m보다 얕은 표층을 평생 떠도는 외양성 두족류다. 문어 중 유일하게 체내에 부낭을 가졌는데, 이를 사용해 효율적으로 헤엄친다. 알이 암컷의 체내에서 부화한 뒤 유생이 배출되는 난태생이다. 한 번에 10만~20만 개나 되는 알을 품는 암컷은 길이 90㎝가 넘는 거구로 성장한다. 반면 수컷은 암컷의 10분의 1 이하로 상당히 작다.

SOI 관계자는 “오사이도 튜버쿨라타 수컷 중에는 심지어 3㎝ 크기도 있다”며 “왜 이렇게 극단적인 몸집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표식이 적은 광활한 외양에서 작은 수컷들이 어떻게 암컷이나 살파와 접촉하는지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사이도 튜버쿨라타는 연안에 나타나지 않는 관계로 단독 개체를 보는 기회도 흔치 않다. <사진=헨리 쿠퍼 인스타그램>

이 관계자는 “이번 수컷처럼 오사이도 튜버쿨라타가 살파를 타고 이동하는 행동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예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단 2회”라며 “쿠로시오난류의 영향을 받는 일본 근해에서 2회 확인됐지만 미국에서 카메라에 담긴 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사진을 분석한 학자 일부는 문어가 살파의 주요 기관을 먹고 속을 비워 버린 점에 주목했다. 도구를 이용할 줄 아는 똑똑한 두족류가 자신만의 갑옷 또는 보금자리로 탈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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