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아델리펭귄의 배설물이 점점 붉어지고 있다. 단순한 색 변화가 아니다. 학자들이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30년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로 줄어든 해빙이 펭귄의 먹이를 바꾸고, 그 변화가 배설물 색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클렘슨대학교 케이시 영플레시 교수 연구팀은 NASA 등과 공동 수행한 이런 연구 결과를 조사 보고서 ‘위성으로 추적한 펭귄 먹이 변화: 해빙과 먹이사슬, 개체군 감소의 연결고리(Space-based monitoring of penguin diet links sea ice, food webs and population change)’에 담아 지난 20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NASA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랜드샛 위성이 1984~2013년 촬영한 방대한 분량의 남극 영상을 분석했다. 아델리펭귄은 번식기에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군락을 이루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배설 흔적은 위성에서도 식별된다. 연구팀은 현장에서 채취한 배설물을 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 조사한 뒤,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포함한 분광 특성과 실제 먹이의 관계를 모델화했다.
그 결과, 펭귄이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배설물 색이 달랐다. 크릴을 많이 먹으면 아델리펭귄의 배설물은 분홍색이나 붉은색을 띠고, 남극은어 같은 물고기를 많이 먹으면 상대적으로 옅은 색이었다. 차이를 확인한 연구팀은 남극 전역으로 시야를 확대, 100곳이 넘는 아델리펭귄 군락의 식생활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는 기후변화와 직접 연결됐다. 해빙이 풍부한 지역의 펭귄은 물고기를 더 많이 먹었지만, 해빙이 줄어든 지역의 개체들은 크릴 의존도가 높았다. 해빙 감소가 물고기의 서식 환경을 바꾸면서 펭귄의 먹이활동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먹이가 주는 영향이 개체군의 장기적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크릴 중심 식단을 유지한 군락은 물고기를 주로 먹은 군락보다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이전 연구에서도 물고기를 먹고 자란 새끼 펭귄이 크릴 위주로 먹은 새끼보다 더 크게 성장하고 생존율도 높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연구가 끝난 2013년 이후 남극 해빙이 더 빠르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남극 해빙 면적은 관측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아델리펭귄은 앞으로도 크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크릴 역시 기후변화와 어업, 그리고 회복 중인 고래와 물범 개체 수 증가로 사냥하기 쉽지 않다.
케이시 영플레시 교수는 “위성 덕분에 사실상 불가능했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펭귄을 관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성은 아니지만, 이제는 우주에서 펭귄이 무엇을 먹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수는 “남극 펭귄이 남긴 배설물 얼룩은 이제 단순한 흔적이 아니다”며 “우주에서 내려다본 색의 변화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를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지표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