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변기, 너무 더러워 들어갈 수 없는 바닥, 칸막이가 없어 사람들 시선을 피해야 하는 공중화장실. 이런 꿈을 반복해서 꿨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포털사이트 검색어도 존재하는 더러운 화장실 꿈은 이전부터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험담이 공유되곤 했다. 그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는데, 일부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프 융의 집단무의식까지 거론했다.
정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화장실 꿈을 꾸는 것일까. 꿈 연구자들은 초자연적 설명보다 인간의 몸과 기억, 사회생활에서 공통된 원인을 찾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는 독일 만하임 중앙정신건강연구소(CIMH) 미하엘 슈레들 박사 연구팀이 2011년 낸 실험 보고서 ‘화장실 꿈: 깨어 있을 때 기억이 반영된 결과인가(Toilet dreams: Incorporation of waking-life memories?)’다.
각국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연구팀은 화장실이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대표적인 꿈 소재임을 알아냈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거나 사용하기 곤란한 꿈’이 전형적이었는데, 이를 경험한 비율은 캐나다 19.2%, 독일 30.0%, 중국 59.2% 등 편차가 컸다.
한 사람이 10년 넘게 기록한 꿈 일기 6991건을 분석한 연구팀은 이중 175건(2.52%)에서 화장실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했다. 마이클 슈레들 박사는 “이는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니다. 꿈속 화장실은 집보다 호텔이나 학교, 식당, 역, 공공시설처럼 낯선 장소가 많았고 더럽거나 칸막이가 없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박사는 “이런 특징은 인터넷에서 자주 언급되는 ‘더러운 화장실 꿈’ 내지 ‘변기가 끝없이 늘어선 화장실’이나 ‘문이 없는 공중화장실’과 놀랄 만큼 닮았다”며 “이런 꿈을 단순히 소변이 마려운 생리 현상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중화장실은 인간에게 가장 사적인 행동인 배설을 공공장소에서 해결해야 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청결과 오염, 수치심과 사생활, 불안이 한곳에 모인 만큼 이런 감정들이 꿈속에서 과장돼 나타날 수 있다고 학자들은 봤다. 마이클 슈레들 박사도 “깨어 있을 때 경험한 기억과 생각, 특히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찾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했던 경험이 꿈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본인도 같은 꿈을 꿨다고 느끼는 것일까.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코슬러 초심리학 연구소(Koestler Parapsychology Unit) 심리학자 캐롤라인 와트 박사는 예지몽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캐롤라인 와트 박사 연구팀은 꿈이 미래를 예측하는지 여러 차례 실험했지만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일부 실험에서는 우연을 웃도는 결과가 나왔지만, 다른 실험은 정반대였다. 연구팀은 현실과 우연히 들어맞은 꿈은 오래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은 꿈은 쉽게 잊는 선택적 기억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사실 이런 현상은 SNS에서도 나타난다. 누군가 “더러운 화장실 꿈을 꿨다”고 이야기하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만 댓글을 남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응하지 않는다. 꿈은 원래 흐릿하고 쉽게 변하는 기억이므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꿈을 비슷하게 떠올리는 경우가 적잖다.
즉 수많은 사람이 똑같은 꿈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집단무의식이나 초자연적 현상의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학자들은 본다. 물론 꿈 연구가 모든 의문에 답을 내린 것은 아니어서, 예지몽과 이상 체험, 꿈과 기억의 관계를 다루는 연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연구는 ‘더러운 화장실 꿈’이 특별한 신호라기보다 인간이 공통으로 겪는 신체 감각과 사회적 경험, 그리고 기억의 작용이 겹쳐 만든 꿈의 한 형태라고 추측한다. 우리가 비슷한 꿈을 꾸는 이유는 서로의 마음이 연결돼서가 아니라, 비슷한 몸으로 비슷한 사회를 살아가며 같은 종류의 불안과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