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몸통에 노란색 가시, 붉은색 무늬를 가진 사진 속 물체는 인공지능(AI)이 만든 괴물도, SF 영화 속 외계생명체도 아니다. 아프리카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캐비지트리황제나방(Bunaea alcinoe)의 유충으로, 최근 SNS로 사진이 퍼지면서 명사 대접을 받고 있다.

캐비지트리황제나방 유충은 귀뚜라미나 밀웜 이상의 관심을 받는 곤충식 후보다. 식용곤충은 인류가 직면한 식량부족 사태의 유력한 해결책으로 여겨지는데, 이 나방의 유충은 영양학적 가치가 뛰어나 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이그보족은 캐비지트리황제나방 유충을 에구(Egu)라고 부르며, 채집해 내장을 제거한 뒤 말려 수프나 스튜 재료로 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곤충을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해 왔다. 유럽연합(EU)도 노란밀웜과 집귀뚜라미, 메뚜기류 등을 신규 식품으로 승인하는 등 곤충식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방 유충을 포함한 식용곤충은 사육 과정에서 물 사용량이 적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며 사료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재료로 활용된 캐비지트리황제나방 유충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국제곤충생리생태센터(ICIPE)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이 2023년 내놓은 실험 보고서 ‘아프리카 식용 왕나방과 애벌레의 이용 현황에 관한 종설(A review of edible Saturniidae (Lepidoptera) caterpillars in Africa)’은 곤충식 연구에서 유명하다. 연구팀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대표적 곤충식으로 애용되는 캐비지트리황제나방 유충은 단백질과 지방, 필수아미노산, 철과 아연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언급했다. 

높은 영양학적 가치를 지닌 캐비지트리황제나방은 신기한 외형과 생태로도 유명하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2018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낸 조사 보고서 ‘초음파에 반응하는 나방 날개 비늘의 생체역학(Biomechanics of a moth scale at ultrasonic frequencies)’에서 나방 성충의 날개 비늘이 박쥐의 초음파를 흡수, 반향정위를 방해한다고 전했다.

레이저 도플러 진동계와 음향 분석을 이용해 날개 비늘을 조사한 연구팀은 이 나방의 날개 비늘이 초음파 에너지를 흡수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애벌레 시절에는 눈에 띄는 외형으로 낮의 천적을 속이고, 성충이 되면 초음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날개로 밤의 포식자를 피하는 셈이다.

날개의 미세한 주름으로 박쥐의 초음파를 흡수하는 캐비지트리황제나방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최대 7㎝까지 자라는 캐비지트리황제나방의 유충은 검은 몸에 흰색이나 노란색 가시가 촘촘히 돋으며, 몸 옆에 붉은 반점이 줄지어 생긴다. 독충처럼 보이지만 독샘도 독침도 없다. 화려한 색과 가시는 새 등 포식자에게 ‘위험한 먹잇감’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공격을 받으면 먹은 잎을 토해 상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방어 행동도 보여준다. 

이 유충은 성장 과정에서 극적인 변신을 거듭한다. 갓 부화한 애벌레는 갈색에 잔털만 있는 평범한 형상이지만 탈피를 반복하면서 검은 몸과 붉은 반점, 흰 가시를 갖춘 독특한 형태로 바뀐다. 충분히 성장하면 땅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고, 우기가 시작되면 날개 길이 11~16㎝의 대형 나방으로 우화한다.

괴물 같은 외형 탓에 독충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 이 나방 유충은 연기에 가까운 생존 전략을 가졌다. 애벌레는 화려한 경고색으로 천적을 주저하게 만들고, 성충은 초음파를 흡수하는 날개로 박쥐의 눈과 귀를 속인다. 높은 영양가까지 갖춰 미래 곤충식으로 주목받는 점에서, 자연이 빚은 가장 기묘하면서도 실용적인 생명체로 꼽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