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 지인의 기억을 탑재한 로봇이 사람들 틈에 섞인다면 어떨까. SF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미국의 한 단체가 사람 움직임과 기억, 행동 습관 등을 기록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주입하는 디지털 DNA 프로젝트를 공개해 관심이 모였다.
미국 재향군인 지원단체 베테랑 퍼스트 포 아메리카(Veterans First for America)는 지난달 말 공식 채널을 통해 디지털 DNA를 적용한 QAIAx 4E HRR 모델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디지털 DNA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하는 것이다. 디지털 DNA는 생물학적 DNA와 다른 개념으로 개인의 말투와 행동, 움직임, 지식, 생활 습관 등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해 재현한다.
단체에 따르면, 디지털 DNA를 원하는 사용자는 생전에 센서 40개를 탑재한 전신 햅틱 슈트를 착용한다. 이 슈트는 몸의 움직임과 생체 신호, 전문 기술 등을 기록하며,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하거나 홀로그램 형태로 구현한다.
이 데이터는 신탁이나 유산 관리 체계를 통해 유지된다. 착용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가족과 대화를 나누거나 경험을 전하고, 다음 세대와 교류하는 디지털 분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단체는 주장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아직 구체적인 기술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구상 단계에 가까워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이 적지 않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프로젝트 홍보 자료가 대부분이다. 기술을 뒷받침하는 학술 보고서나 구체적인 평가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로젝트 소개에는 양자컴퓨팅 기반 시스템이라는 설명도 포함됐지만, 실제 구현 방식이나 인공지능(AI) 학습 구조, 인격 재현 알고리즘 등 핵심 기술은 공개 전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관련 등록 정보도 연구 승인 단계가 아닌 신청 수준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제시된 라이선스 가격을 보면, 100년 이용권이 30만 달러(약 4억3250만원), 250년은 60만 달러(약 8억6500만원), 500년은 100만 달러(약 14억4200만원)나 된다. 단체는 재향군인과 장애인을 위한 할인 또는 비용 면제를 검토 중이다.
기술 검증 전이라는 점, 상당히 고가인 점, 첨단기술을 이용한 고인의 부활에 대한 윤리와 논쟁이 한창인 점이 걸린다. 한편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고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충분히 의미가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도 있고, 기억과 말투를 흉내 낸 AI를 정말 본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죽음을 지나치게 상업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AI 챗봇으로 고인을 재현하거나 음성을 복원하는 서비스는 이미 존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디지털 DNA를 결합하는 진보한 개념이다. 현재의 AI 기술은 사람의 음성이나 외형, 말투, 행동 패턴을 상당 부분 재현하지만, 인간의 의식이나 인격 자체를 이전하는 기술은 개발 전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디지털 DNA 기술 개발이 당장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디지털 DNA 프로젝트는 과학기술보다 미래 비전을 먼저 제시한 사례에 가깝다. 아직은 실현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자극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실제 기술이 어디까지 구현될지,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과 죽음의 의미를 기술이 어디까지 기술이 대신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