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더듬이로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 오랫동안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나방의 날개가 특정 냄새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곤충의 감각기관에 대한 기존 상식이 흔들렸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 연구팀은 박각시나방 날개가 휘발성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사실을 담은 조사 보고서 ‘날개 위의 코: 박각시나방 날개의 후각(Noses on the Wing: the Olfactory Capacity of Hawkmoth Wings)’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냄새를 감지하는 곤충의 기관으로는 더듬이가 널리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살아 있는 박각시나방의 날개에 전극을 연결하고 여러 휘발성 화학물질을 노출했는데, 일부 아민 계열 냄새 물질에 날개가 전기생리학적 반응을 보였다.

곤충은 더듬이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사진=pixabay>

실험에 참여한 빌 한손 연구원은 “이는 날개가 단순히 비행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외부 화학 신호를 감지하는 기능도 일부 수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기능은 나방의 생존과 번식에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비행하는 곤충의 날개가 냄새 농도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면 숙주가 되는 식물이나 먹이, 산란 장소를 더 효율적으로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번 발견을 곤충 행동 연구뿐 아니라 농업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해충이 냄새를 감지하는 과정을 더 정확히 이해하면 특정 냄새를 이용한 친환경 해충 방제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A)암컷 박각시나방. 빨간 선은 날개 가장자리에서 감각 비늘과 감각 강모가 확인된 위치를 가리킨다. (B)암컷 박각시나방 앞날개 가장자리를 광학현미경으로 촬영한 이미지. 화살표는 감각 강모, 별표는 감각 비늘이다. (C)왼쪽은 감각 비늘(별표)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 오른쪽은 그 끝부분을 확대한 사진. 암컷(D, E) 및 수컷(F, G) 박각시나방의 앞날개와 뒷날개 가장자리 감각 강모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 <사진=빌 한손>

빌 한손 연구원은 “공기 중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곤충의 능력을 모방해 초소형 화학 센서를 제작할지도 모른다”며 “생체모방 드론 개발에도 이번 성과를 응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만으로는 곤충의 날개가 더듬이와 같은 수준의 후각기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어떤 감각세포와 수용체가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지, 실제 비행 중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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