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개와 고양이를 쓰다듬고 품에 안으며 가족처럼 보살핀다. 다른 종의 동물을 좋아하고 곁에 두려는 이런 습성은 과연 인간만 가진 것일까.
최근 발표되는 대규모 연구와 과거 관찰 사례들은 이런 성향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닐 가능성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달 말 조사 보고서 ‘영장류의 이종 사회 행동: 반려동물 사육의 진화적 뿌리에 관한 통찰(Heterospecific social behavior in primates: insights into the evolutionary roots of pet-keeping)’을 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가 다른 종의 동물과 우호적으로 교류한 기록을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모아 분석했다. 연구의 출발점은 시릴 그루터 옥스퍼드대 부교수가 중국 상하이동물원에서 목격한 장면이었다. 암컷 북부흰뺨긴팔원숭이가 우리에 들어온 쥐를 조심스럽게 안고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원숭이가 다른 종의 동물에 보이는 이런 행동이 얼마나 흔한지 궁금해진 연구팀은 기존 논문과 사진·영상 자료를 조사하고, 전 세계 영장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모인 기록은 427건으로, 가장 많이 확인된 행동은 함께 노는 것(139건)이었다. 상대의 털을 고르거나 쓰다듬는 행동도 136건이나 됐다. 다른 동물을 안거나 업고 다니고, 몸을 맞대고 쉬는 상황도 기록됐다. 단순히 먹이를 쉽게 구하거나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공생 관계와 달리 뚜렷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행동들이었다.
태국에서는 붉은얼굴원숭이가 사람이 기르는 개의 털을 고르고, 스리랑카에서는 회색랑구르가 큰다람쥐를 쓰다듬은 기록이 확인됐다. 중국에서는 어린 윈난들창코원숭이가 돼지와 놀았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대나무여우원숭이의 털을 손질했다.
반려동물 사육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2006년 브라질에서 야생 카푸친원숭이 무리가 새끼 마모셋을 받아들여 여러 달 보살폈다. 암컷 두 마리가 차례로 어미 역할을 맡았고, 무리의 다른 원숭이들도 새끼 마모셋을 공격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다른 종에게 접근하는 방식에는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어린 영장류는 주로 다른 동물과 놀았고, 성체 암컷은 털을 골라주는 행동이 많았다. 성체 수컷은 다른 종과 우호적으로 교류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학자들은 어린 개체의 탐색적 놀이 성향과 성체 암컷의 양육 행동이 이종 교류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루터 교수는 “일련의 행동은 우리가 아는 반려동물 사육 자체는 아니다”면서도 “인간과 동물의 동반 관계가 등장하는 데 필요한 진화적 구성 요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종을 받아들이는 관용과 호기심, 함께 노는 능력, 양육 성향이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에게 이미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을 두는 듯한 습성은 돌고래에서도 확인됐다. 프랑스 고등연구실습원 연구팀은 2019년 조사 보고서를 내고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랑기로아 환초에 사는 암컷 큰돌고래가 고양이고래를 새끼를 입양한 사례를 보고했다. 큰돌고래는 이미 새끼가 있었는데, 어미를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수컷 고양이고래 새끼를 받아들여 데리고 다녔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두 동물이 3년 넘게 함께 지내는 것을 확인했다.
암컷 큰돌고래가 고양이고래 새끼에 젖을 먹이는 장면도 두 차례 관찰됐다. 입양된 새끼는 어미의 배 아래서 헤엄쳤고, 다른 큰돌고래 새끼들과 어울렸다. 파도를 타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등 큰돌고래 특유의 행동도 익혔다. 연구팀은 처음 새끼를 낳은 암컷의 미숙한 모성 행동과 관대한 성격, 고양이고래 새끼가 끈질기게 관계를 유지하려 한 행동이 맞물렸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원숭이와 돌고래의 행동이 인간의 반려동물 습성과 같은 것은 아니다. 동물이 다른 종을 돌보는 이유가 애정인지, 양육 본능의 확장인지, 호기심이나 놀이 욕구 때문인지 행동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원숭이가 개와 돼지를 쓰다듬고, 카푸친원숭이가 마모셋을 키우며, 큰돌고래가 고양이고래 새끼에 젖을 먹인 사례는 다른 종을 아끼고 돌보는 능력이 인간에게서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닐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루터 교수는 “원숭이가 인류의 반려동물 사랑의 원조였는지 아직 알 수 없다. 서로 계통이 먼 돌고래에게서도 비슷한 행동이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다른 종을 품는 성향은 높은 사회성과 유연한 양육 행동을 가진 동물에게서 각각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반려동물을 향한 인간의 애정과 닮은 행동이 자연계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이라며 “다른 종을 친구나 돌봄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닐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