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사자에 매일 먹이를 주지 않고 며칠씩 굶기는 실험이 뜻밖의 결과를 냈다. 한꺼번에 많은 먹이를 먹고 쉬다 공복 기간이 길어질수록 활동량을 늘리는 야생 사자 특유의 생활 리듬이 되살아났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와 모나토 사파리 파크 공동 연구팀은 사육 중인 아프리카사자의 먹이 급여 방식을 바꿔 행동 변화를 관찰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응용동물행동과학(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8월 호에 게재했다.
야생 사자는 사냥에 성공하면 많은 고기를 한꺼번에 먹고 며칠을 굶는 포식과 단식(feast and fast)을 반복한다. 반면 동물원에서는 일정한 시간에 손질된 고기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모나토 사파리 파크의 사자 7마리 중 9세 수사자 3마리를 실험군으로 정했다. 나머지 수사자 2마리와 암사자 2마리는 기존 급여 방식을 유지해 대조군으로 삼았다.
실험군에는 캥거루와 염소 사체 약 200㎏을 9일마다 한차례 제공했다. 사체를 최대 3일간 먹게 한 뒤 6~7일은 먹이를 주지 않았다. 실험군에는 손질한 토끼, 양, 돼지 등 기존 먹이를 급여했다. 연구팀은 적외선 카메라 8대로 사자들을 24시간 촬영하며 행동을 분석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사체를 먹어치운 실험군 사자들은 활동량을 크게 줄이고 쉬었다. 먹이를 준 뒤 1~3일 동안 누워 있는 행동은 평균 52.5%나 됐다가 4~6일째 30.4%, 7~9일째 17.0%로 점점 적어졌다.
공복기간이 길어지자 실험군 사자들의 이동량이 증가했다. 다음 먹이가 들어올 시점인 7~9일째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배불리 먹고 오래 쉬다가 허기가 커지면 다시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야생 사자의 생활 패턴이 그대로 나타났다.
큰 사체를 함께 먹는 과정에서 공격성이나 무리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체를 물고 뜯으며 오래 먹는 행동 자체는 손질된 고기를 먹는 기존 방식보다 야생의 포식 행동에 가깝게 평가됐다.
연구팀은 사자를 굶겨 야생성을 회복하는 방식이 곧 동물 복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험 대상도 수사자 3마리에 불과해 스트레스와 건강 등 전반적인 복지 효과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다만 이번 성과는 향후 동물행동 연구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