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공주들은 시중을 받으며 궁전에서 우아하게 살아간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약 4000년 전 공주들의 유골 분석에서 이들이 활과 단검을 능숙하게 다루며 오랜 기간 무술을 익힌 흔적이 확인됐다.
이집트 베니수에프대학교 역사학자 제이납 하셰시 박사 연구팀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 4000년 전 이집트 중왕국 시대(기원전 2055년~기원전 1802년) 공주 5명의 유골을 조사해 활을 쏘거나 무기를 반복해 사용한 특징적 골격 변화를 확인했다. 이번 성과는 17일 자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Environmental Archaeology에도 소개됐다.
조사 대상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다슈르 왕실 묘역에서 발굴한 크누미트와 이타, 이타웨레트, 사트하토르메리트, 누브호테프 공주의 유골이다. 이들의 무덤에서는 활과 화살, 메이스(둔기), 단검 등 다양한 무기가 함께 출토됐지만, 학계는 이를 사후 세계를 염두에 둔 상징적 부장품 정도로 생각했다.
연구팀은 2020년까지 아무 연구 없이 이집트 국립 카이로박물관 수장고에 잠든 공주들의 유골을 정밀 분석했다. 근육과 인대가 반복적으로 강한 힘을 받았는지 뼈가 붙는 부위가 유독 두꺼운 점이 특이했다. 연구팀은 다섯 공주의 팔 및 어깨뼈에서 장기간 무기를 다룬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흔적을 여럿 파악했다.
제이납 하셰시 박사는 “공주마다 사용한 무기도 달랐다. 일부는 활을 반복해 당긴 흔적이 뚜렷했고, 다른 이는 단검이나 메이스처럼 강하게 움켜쥐는 무기를 오래 사용했다”며 “공주들이 단순히 무기를 소장한 것이 아니라 생전에 실제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공주는 갈비뼈와 다리뼈가 부러졌다 회복된 흔적이 있는데, 사냥이나 군사 훈련, 또는 강한 충격을 동반한 활동 중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골절이 정상적으로 치유된 점은 당시 왕실에서 수준 높은 의료 처치가 가능했음을 보여준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이집트 중왕국 시대의 공주들이 왜 무술을 익혔는지 이유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사냥을 위한 훈련이었는지, 군사 교육이었는지, 또는 종교의식과 관련된 활동이었는지 유골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제이납 하셰시 박사는 “고대 이집트 무덤의 발굴조사는 미라와 보물, 부장품에만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제 유골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하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고대 이집트 공주들이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활동적이고 강인한 삶을 살았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