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성당 등 종교시설을 자주 찾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종교행사 참석자들의 정신건강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향은 확인되지만, 참석 자체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막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성인 7108명을 20년 넘게 추적한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심리학자 가브리엘레 프라티 박사 연구팀은 종교행사 참석과 정신건강의 인과관계는 기존의 생각보다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는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Psychology of Religion and Spirituality 18권 1호에 먼저 실렸다.
예배나 미사 등 종교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낮고 심리적 행복감이 높은 경향은 학계에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종교 공동체에서 얻는 인간관계와 사회적 지원, 건강한 생활습관, 긍정적인 감정 등이 그 이유로 제시됐다.
문제는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거나 친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람이 애초에 종교활동에도 적극적일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 요인이 따로 있는데도 종교행사의 효과처럼 보일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의 장기 추적조사 MIDUS 자료에 종단 한계구조모형을 적용했다. 나이와 성별, 소득, 인종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성격, 건강, 경제력, 친구와 접촉 등 여러 요소를 대입했다.
그 결과, 종교행사에 자주 참석한다고 해서 주요우울삽화나 공황장애, 범불안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지지는 않았다. 종교행사 참석 빈도와 전반적인 심리적 웰빙 사이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종교행사 참석자에게서 관찰됐던 양호한 정신건강이 종교행사 참석 자체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볼 근거가 약하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같은 연구팀이 독일 성인 8146명을 9년 추적한 조사에서도 종교활동이 이후 정신건강을 개선한다는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가브리엘레 프라티 박사는 “결국 교회나 성당을 자주 찾는 사람의 마음이 더 건강해 보이더라도, 그 이유를 단순히 종교행사 참석에서 찾기는 어렵다”며 “정신건강을 위해 종교활동 참여를 권하는 접근 역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종교나 신앙이 개인에 주는 위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 대상은 종교행사 참석 빈도였으며 개인적인 기도나 명상, 신앙에서 얻는 의미, 특정 공동체의 사회적 지원 효과 등을 모두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다 확실한 결론을 내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