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공개한 미확인비행물체(UFO) 영상 100여 편을 과학자들이 분석했지만, 아쉽게 별 소득은 없었다. 화면 속 물체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계산하려 해도, 가장 중요한 정보들이 가려져 정확한 판별이 불가능했다.
미국 블루마블우주과학연구소(BMSIS)와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공동 연구팀은 이달 1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들여다본 것은 미국 정부가 올해 공개한 미확인항공현상(UAP, UFO와 같은 개념) 영상 112편이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80)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UAP 조우에 관한 대통령 주도 봉인해제 및 보고 시스템(PURSUE)을 마련하고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PURSUE는 지난 5월 8일 첫 자료를 소개한 데 이어 이달 7일 다섯 번째 자료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영상 상당수는 군용기에 탑재된 적외선 카메라나 센서가 포착했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 화면에 나타난 UAP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과학적으로 계산했다.
NASA 라비 코파라푸 연구원은 “영상 속 물체가 프레임마다 몇 픽셀 이동하는지는 측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를 실제 속도로 환산하는 과정”이라며 “정확한 계산에는 물체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 촬영 항공기의 속도, 물체의 이동 경로와 관측자 사이의 각도, 카메라 센서의 시야각 등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된 112개 영상 중 이들 정보를 모두 갖춘 것은 하나도 없었다. 화면에 표시됐던 센서 정보 상당 부분이 검게 가려졌기 때문”이라며 “결국 화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할 수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DOW-UAP-PR113 영상에는 카메라의 각도를 추정할 수 있는 표시가 일부 남아 센서의 시야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다만 결정적인 거리 정보가 가려졌다. 계산 결과 동일한 영상은 카메라 가까이 지나가는 평범한 새는 물론, 약 1㎞ 떨어진 곳을 마하 5로 질주하는 거대한 비행체 모두 설명 가능했다.
DOW-UAP-PR149 영상에는 크기를 추정할 선박이 함께 찍혔다. 연구팀은 선박을 자처럼 활용해 공간적 크기를 계산했고, UAP의 상대속도가 마하 0.4를 넘지 않는다는 상한선을 얻었다. 적어도 이 영상만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속 비행체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던 셈이다.
라비 코파라푸 연구원은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만으로는 영상 속 물체가 새인지 풍선인지 알기 어렵다”며 “기존 항공기 기술을 뛰어넘는 비행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의 자료는 과학적 판별이 어렵다는 게 우리 결론”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군용 카메라는 표적을 화면 중앙에 유지하기 위해 센서 자체가 움직일 수 있다. 이 경우 화면에서 관찰되는 물체의 움직임과 실제 운동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며 “관측자의 움직임 때문에 가까운 물체와 먼 배경의 상대적 위치가 달라 보이는 시차 효과는 실제보다 훨씬 빠른 물체가 존재한다는 착각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UAP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면 미국 정부가 제대로 된 자료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체까지 거리나 촬영 항공기의 운동 정보, 카메라의 관측 조건 등을 추가로 얻어야 물체의 실제 속도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UAP 공개에 미국 정부가 여전히 소극적이고 부정적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가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은 당연히 있지만, 핵심 관측값까지 제거하면 과학자들이 공개 자료를 검증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생긴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