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해수온이 치솟으면서 국내 양식장에서 물고기 집단폐사가 잇따랐다. 기후변화로 이런 고수온 피해가 반복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물고기가 어느 정도의 온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 인공지능(AI)으로 판별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일본 나고야대학교 변환생체분자연구소(ITbM)와 후쿠이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 ‘DeepLabCut 기반 자동 시스템을 이용한 송사리류의 온도 내성 분석(DeepLabCut-based automated system reveals diverse temperature tolerance among medaka strains and related Oryzias species)’을 10일 발표했다.
변온동물인 물고기는 수온이 적정 범위를 벗어나면 생리 기능과 행동에 이상이 나타나며, 한계를 넘어서면 정상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한다. 학계에서는 물고기가 평형을 잃는 현상인 LOE(loss of equilibrium)를 온도 내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이용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학자들이 물고기를 직접 관찰하면서 LOE가 나타나는 순간을 판단해야 했다는 점이다. 관찰자에 따라 판정 시점이 달라질 수 있고 많은 개체를 동시에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딥러닝 기술 DeepLabCut과 이미지 분류 AI인 ResNet34를 결합했다. 카메라 영상에서 물고기의 코와 가슴지느러미, 몸통, 꼬리 등 7개 지점을 추적하고 자세 변화를 분석해 평형을 잃는 시점을 자동으로 찾아냈다.
실험 결과 AI의 판정 오차는 숙련된 학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송사리 6개 계통의 고온 및 저온 내성을 비교했고 같은 종류의 물고기라도 유전적 계통에 따라 온도를 견디는 능력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HdrR-II1 계통은 조사 대상 가운데 고온과 저온 모두에 비교적 강했던 반면 HNI-II 계통은 양쪽 모두 상대적으로 약했다.
송사리와 가까운 여러 종을 비교한 실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송사리속 7종과 제브라피시의 저온 내성을 조사한 결과 서식지의 위도가 높을수록 대체로 추위에 강한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물고기가 살아온 환경과 유전적 배경이 온도 적응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최근 반복되는 양식어류 고수온 피해와 맞닿아 주목됐다. 우리나라는 올해 여름 폭염으로 연안 수온이 크게 오르면서 양식장 곳곳에서 폐사가 이어졌다. 경남 남해안에서는 지난달 말까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가 300만 마리를 넘어섰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까지 피해 정밀조사가 끝난 전남·경남 39개 어가에 보험금 약 9억 원을 우선 지급하기 시작했다. 추석 전까지 약 52개 어가에 23억 원을 선지급할 것으로 해수부는 예상했다.
물론 이번 AI 시스템이 양식장의 집단폐사를 직접 예측하는 기술은 아니다. 연구 역시 송사리와 그 근연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많은 물고기의 온도 내성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수온에 강한 계통을 찾아내거나 기후변화가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연구팀 역시 이번 기술이 송사리뿐 아니라 다른 어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계통의 온도 내성과 유전정보를 함께 분석하면 물고기가 고온이나 저온에 적응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바닷물이 계속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어떤 물고기가 변화한 환경을 견디고 어떤 물고기가 먼저 한계에 도달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해졌다. 일본 연구팀이 개발한 AI는 그 차이를 사람 대신 빠르고 객관적으로 가려낼 새로운 도구가 될 전망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