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킨 블랙홀은 언제 ‘트림’을 할까.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였던 블랙홀의 강력한 물질 분출에 일정한 타이밍이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블랙홀의 제트 분출 시점을 알게 되면 관측이 보다 쉬워지고, 이 기묘한 천체의 비밀도 많이 벗겨낼지 모른다.
호주 커틴대학교 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ICRAR) 아델 굿윈 박사 연구팀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집어삼키는 과정에서 강력한 제트를 내뿜는 시점을 특정한 연구 결과를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블랙홀 제트는 이 수수께끼의 천체가 가진 특징 중 하나다. 별이 초대질량 블랙홀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면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 차이 때문에 찢어진다. 이른바 조석파괴사건(TDE, 조석파괴현상)이다. 산산조각이 난 별의 물질 일부는 블랙홀 주변에 원반을 만들고 빨려 들어가지만 일부는 우주 공간으로 방출된다.
이때 블랙홀 주변에서는 빛에 가까운 속도로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제트가 나타난다. 음식을 먹어치운 사람의 트림과도 같은 제트는 블랙홀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중요한 열쇠지만 언제 발생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간의 관측 정보를 종합하면, 제트는 별이 파괴된 직후 나타나는가 있는가 하면, 수백~수천 일이 지나 갑자기 분출되며 강한 전파 신호를 발한다.
연구팀은 해답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관측된 TED 20건의 광학·자외선·X선·전파 관측 자료를 분석했다. 각 블랙홀이 물질을 얼마나 빨리 삼키는지, 그리고 전파 방출 시점이 언제인지 계산 가능한 10건을 다시 추려내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블랙홀의 ‘트림’에는 두 차례 타이밍이 드러났다. 첫 번째는 별을 막 집어삼키기 시작해 물질이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들어올 때다. 두 번째는 별이 파괴된 지 수백~수천 일이 지나 먹잇감이 줄어들면서 강착률이 에딩턴 한계의 약 2%까지 떨어졌을 때다. 에딩턴 한계란 블랙홀 쪽으로 물질을 끌어당기는 중력과 바깥으로 밀어내는 복사압이 균형을 이루는 기준이다.
아델 굿윈 박사는 “더 흥미로운 것은 블랙홀의 크기가 달라도 이 규칙이 통한다는 점”이라며 “초대질량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수백만~수십억 배에 이르지만 항성질량 블랙홀은 수 배~수십 배 정도인데, 여기서도 강착률이 에딩턴 한계의 약 2%로 내려갈 때 제트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이미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어 “질량 차이가 엄청나게 큰 블랙홀들이 별을 집어삼키는 과정에서 비슷한 타이밍에 제트를 분출하는 것은 블랙홀의 기본 물리가 질량과 무관하다는 의미”라며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 블랙홀의 식사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천문학계에 여러 유용한 정보를 줬다. TDE가 관측된 뒤 무작정 수년 동안 블랙홀을 지켜보던 이전과 달리, 강착률을 계산하면 제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블랙홀 제트는 지금까지 그 위력이나 발생 시점이 모호해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학계는 연구팀의 성과에 대해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으로 블랙홀의 ‘뒤늦은 트림’을 포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