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행성은 자신이 속한 별, 즉 주성(모천체)의 자전 방향과 같이 공전한다. 이런 상식을 거스르고 주성과 반대 방향으로 도는 이른바 ‘반항아 행성’이 적색왜성 주변에서 처음 발견됐다.

행성 공전의 상식을 뒤엎은 이번 성과는 스위스 제네바대학교가 천문학 연구팀이 냈다. 이들은 외계행성 GJ 3090 b의 궤도를 정밀 관측한 결과 주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측 과정을 담은 보고서 ‘뒤집힌 궤도: NIRPS가 발견한 M형 왜성 최초의 역행 외계행성 GJ 3090 b(Upside down: GJ 3090 b the first retrograde exoplanet around an M dwarf detected with NIRPS)’은 22일 학술지 A&A에 게재됐다.

GJ 3090 b는 지구에서 약 72광년 떨어진 M2형 적색왜성 GJ 3090을 도는 외계행성이다. 질량과 반지름은 각각 지구의 약 4.5배와 약 2.2배다.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 작은 이른바 서브넵튠으로, 주성을 불과 2.85일에 한 번 공전한다. 앞선 연구에서 물을 비롯한 휘발성 물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된 행성이다.

대부분의 행성은 주성의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 비슷한 평면을 따라 공전한다. 하지만 일부 행성은 크게 기울어진 궤도를 돌거나 주성의 자전과 반대 방향으로 공전한다.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이번에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행성의 크기나 구성 성분이 아닌 도는 방향이다. 일반적으로 별과 행성은 같은 가스·먼지 원반에서 함께 만들어진다. 때문에 별의 자전축과 행성의 공전축은 대체로 비슷한 방향을 향하며 행성 역시 별이 회전하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한다.

하지만 GJ 3090 b는 달랐다. 연구팀은 유럽남천천문대(ESO)가 운용하는 칠레 라 실라 천문대의 구경 3.6m 망원경에 설치된 근적외선 분광기 NIRPS를 이용해 GJ 3090 b가 주성 앞을 통과하는 순간을 정밀 관측했다. 이를 통해 별의 적도면과 행성 궤도면 사이의 3차원적 기울기를 계산했더니 약 136°였다.

제네바대 얀 카르트레 연구원은 “두 축이 완전히 정렬돼 같은 방향으로 돈다면 0°에 가깝고, 90°를 넘어서면 행성이 별의 자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역행 궤도가 된다”며 “GJ 3090 b는 이를 훌쩍 넘어 명백한 역행공전을 하고 있었다. M형 왜성을 도는 행성 중에 이런 역행 궤도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 활용된 라 실라 천문대 <사진=EOS>

역행 외계행성 자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다중행성계 가운데 행성의 궤도가 70° 이상 크게 어긋난 사례는 5개 더 있다. 이런 기묘한 궤도는 보통 주변의 거대한 행성이나 동반성이 오랜 시간 중력으로 궤도를 뒤틀어 놓은 결과로 추측돼 왔다.

얀 카르트레 연구원은 “GJ 3090 b가 특히 수수께끼인 이유가 여기 있다. 행성계를 면밀히 조사했지만 GJ 3090 b의 궤도를 이 정도로 뒤집을 만한 거대한 행성이나 동반성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GJ 3090계에는 다른 행성들이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천체로는 이번 역행 궤도를 기존 시나리오처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성(모천체) GJ 3090의 주변을 도는 외계행성 GJ 3090 b의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이런 이유로 연구팀은 애초에 행성이 만들어질 때부터 궤도가 뒤집혔다고 봤다. GJ 3090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기존 원반과 정렬되지 않은 역행하는 2차 원반의 물질을 흡수했고, 이후 그 원반에서 행성들이 탄생했을 가능성을 연구팀은 제시했다. 즉 GJ 3090 b가 정상적으로 태어난 뒤 무언가에 의해 뒤집힌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별과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관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작고 차가운 M형 왜성이 우리은하에서 가장 흔한 별에 속하는 만큼, GJ 3090 b 같은 사례를 더 조사하면 행성계의 형성과 진화를 보다 확실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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