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암석과 결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산호 골격 안까지 파고든 새로운 형태의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플라스틱이 자연환경에 쌓이는 것을 넘어 지질과 생태계의 일부처럼 편입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학계는 물론 대중까지 경악하게 만든 신종 오염물질은 일본에서 나왔다.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과 류큐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조사해 이달 초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물질 플라스티코럴(plasticoral)은 플라스틱(plastic)과 산호(coral)를 결합된 끔찍한 결과물이다. 

녹은 플라스틱이 뒤엉킨 죽은 산호 조각들은 오키나와 본섬 해안에서 확인됐다. 해안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사하던 연구팀은 흰색 산호 조각 곳곳에 파랑과 초록 등 선명한 반점이 박힌 것을 이상하게 여겨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상용품과 포장재에 널리 쓰이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성분이 검출됐다.

일본 오키나와 본섬 북부 얀바루국립공원 내 해변에서 채취된 플라스티코럴 <사진=OIST>
짙은 파란색 플라스틱이 죽은 산호 골격 내부에 스며들어 굳으며 형성된 플라스티코럴 <사진=OIST>

특이한 점은 플라스틱이 산호 표면에 단순히 들러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열에 녹은 플라스틱은 죽은 산호 골격의 미세한 구멍을 따라 내부까지 스며들어 떼어내기 어려운 하나의 구조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오키나와 본섬 북부 3개 해안에서 모두 5개의 플라스티코럴을 수거했다.

류쿠대 이펜나 일레추쿠 박사는 “정확한 생성 과정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해변의 모닥불이 유력한 원인으로 보인다”며 “한 플라스티코럴은 모닥불 흔적이 있는 바닥에서 발견됐다.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불에 녹아 주변 산호 조각에 달라붙고 다공성 골격 내부까지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과 자연물이 한 덩어리로 변한 사례는 이전에도 보고됐다. 대표적인 것이 녹은 플라스틱이 모래와 돌, 조개껍데기 등과 뒤섞여 굳은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plastiglomerate)다. 2014년 하와이에서 학계에 정식 보고된 뒤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플라스틱 암석이 발견됐다.

열에 녹은 플라스틱이 죽은 산호 골격 위를 완전히 뒤덮었다. <사진=OIST>

2023년에는 브라질 본토에서 1100㎞ 넘게 떨어진 남대서양 화산섬 트린다데의 해안을 뒤덮은 청록색 플라스틱 암석이 주목받았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외딴섬이었지만 폐어망을 비롯한 플라스틱이 화산암과 해변 퇴적물에 달라붙어 새로운 암석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고 있었다.

이 플라스틱 암석은 만들어진 뒤에도 그대로 머물지 않았다. 브라질 파라나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이후 트린다데 섬을 추적 조사한 결과 파도와 풍화로 플라스틱 암석이 계속 부서지면서 작은 조각으로 바뀌어 주변 해변으로 퍼졌다. 일부 조각은 푸른바다거북 산란지가 있는 모래 속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플라스티코럴이 한층 우려되는 것은 결합 대상이 돌이나 모래가 아니라 산호초 생태계를 구성하는 산호 골격이기 때문이다. 해안의 죽은 산호 조각은 파도에 다시 바다로 들어가 새 산호가 자리 잡는 토대가 되고, 조각 사이의 공간은 어린 물고기와 작은 해양생물의 은신처 역할을 한다.

브라질의 외딴섬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암석 <사진=페르난다 아벨라 산토스 트위터>
해안을 뒤덮은 청록색 플라스틱 암석 <사진=페르난다 아벨라 산토스 트위터>

플라스틱이 침투한 산호가 다시 바다로 들어갔을 때 실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기존 연구에서는 일부 플라스틱에서 빠져나오는 화학물질이 산호 번식에 악영향을 주거나, 플라스틱 조각이 산호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이동 수단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플라스티코럴을 기존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 중에서도 생물 기원의 산호 골격과 결합한 새로운 유형으로 봤다. 이런 물질이 장기간 남을 경우 20~21세기 인간 활동을 보여주는 지질학적 흔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때 바다를 떠다니거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지는 오염원으로 인식됐다. 이제는 암석과 합쳐지고 해변에 퇴적되는 데 이어 산호 골격 내부까지 파고들었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자연 속에서 없어지지 않는 것을 넘어 자연물 자체의 일부가 돼가는 셈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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