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나 들불이 나면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화염을 피해 달아난다. 그런데 호주 북부에서는 정반대로 불길 주변으로 몰려드는 새들이 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불을 찾아가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사냥하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인지동물학자 이보 야코브스 박사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이달 중순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했다. 정식 발표 전 심사를 기다리는 이번 조사에는 호주 노던테리토리(노던 준주) 중부 아넘랜드 원주민 토지관리단체 미말 랜드 매니지먼트의 레인저들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계획적으로 산에 불을 놓는 처방화입 현장의 새들을 관찰했다. 불을 놓기 전과 불이 붙은 동안, 불이 꺼진 뒤 각각 나타나는 새 16종을 비교했다. 그 결과 8종은 불이 타고 있을 때 평소보다 많이 나타났다. 특히 솔개는 무려 23배나 많은 개체가 모였다. 흰가슴숲제비 역시 약 20배 증가했다.
불 주변으로 모인 새들의 목적은 먹잇감이었다. 불길이 풀숲을 지나가면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화염을 피해 미처 타지 않은 곳으로 달아난다. 맹금류 입장에서 숨어 있던 먹잇감이 한꺼번에 모이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관찰한 맹금류의 시간당 먹이 포획 횟수는 불이 있을 때 평균 약 10배 많았다. 불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냥 성공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솔개는 불길 근처 공중에서 사냥하는 것보다 불이 지나간 지면에서 먹잇감을 잡을 때 사냥 효율이 올라갔다.
이보 야코브스 박사는 "새들이 노린 먹잇감의 상당수는 곤충 등 무척추동물이지만 때로는 먹이가 훨씬 컸다"며 "솔개가 외래종인 사탕수수두꺼비나 뱀을 잡는 상황이 관찰됐고, 호주황조롱이는 도마뱀을 사냥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기 기둥 같은 시각적 신호를 통해 새들이 상당히 먼 거리에서도 화재를 알아차릴 가능성이 있다"며 "불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불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사냥 기회를 학습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호주 맹금류와 불의 특별한 관계는 이전부터 알려져 왔다. 2017년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에스노바이올로지에는 솔개와 휘파람솔개, 갈색매가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부리나 발로 집어 다른 장소로 옮긴다는 원주민들의 오랜 지식과 목격담을 정리한 연구가 실렸다. 원주민들은 이들 맹금류를 파이어호크(firehawk)라고 불렀다.
이번 관찰에서는 새가 직접 불붙은 나뭇가지를 옮기는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파이어호크의 방화 행동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맹금류가 불 주변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사냥 성과를 얻는다는 결과는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이용할 충분한 이점이 있음을 보여줬다.
이보 야코브스 박사는 "연구 대상은 통제되지 않은 대형 산불이 아니라 사람이 관리하는 비교적 약한 처방화입이었다"며 "불의 강도와 속도가 전혀 다른 자연 산불에서도 새들이 같은 행동을 보이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