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근육세포를 동력 삼아 물속을 헤엄치는 초박형 로봇이 개발됐다. 모터 대신 실제 골격근을 사용하며 빛으로 방향과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이 모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살아있는 골격근 세포를 얇은 막 형태로 배양해 움직이는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은 인공 구조물과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을 결합한 기계다. 기존에도 근육세포를 이용한 로봇은 존재했지만 대부분 많은 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양한 두꺼운 근육 조직이 필요했다. 구조가 복잡하고 근섬유가 자라는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점선 안의 물체가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이다. <사진=MIT>

MIT 연구팀은 접근법을 바꿨다. 젤라틴 메타크릴레이트(GelMA)로 만든 얇은 하이드로젤 표면에 미세한 홈을 만들고 그 위에서 골격근 세포를 배양했다. 홈을 따라 세포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서로 융합하면서 두께 1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얇은 근육층을 형성했다.

세포는 빛을 받으면 수축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됐다. 연구팀은 근육을 붙인 하이드로젤을 지느러미 2개 형태로 만들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한쪽에 빛을 비추면 해당 지느러미의 근육이 수축하면서 로봇을 움직이고, 양쪽을 선택적으로 자극하면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빛을 비추는 빈도를 조절하면 속도도 달라졌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물이 담긴 용기에서 방향을 바꾸며 간단한 미로를 통과하는 것을 확인했다.

크기에 비해 힘은 상당한 수준이다. 새 근육막은 기존 3차원 골격근 구동장치보다 같은 부피에서 약 20배 큰 힘을 냈다. 기존 초연질 젤 위에서 만든 2차원 근육 구동장치는 지지대에서 떼어내면 10분도 버티기 어려웠지만 새 근육막은 30일 넘게 가동했다. 연구팀은 로봇의 기능적 수명이 이전보다 약 4500배 향상된 것으로 평가했다.

로봇은 빛에 반응해 움직이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인 구동은 불가능하다. <사진=MIT>

로봇의 최고 직진 속도는 1분에 자기 몸길이의 약 4배, 방향을 전환하는 속도는 분당 최대 1200°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장기간 기능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2차원 골격근 구동 로봇을 처음 구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리투 라만 MIT 기계공학과 부교수는 "살아있는 조직이 부드럽고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스스로 손상을 회복할 능력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며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정밀한 수술이나 수중 환경 모니터링, 무인 탐사 분야의 잠재적 응용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로봇은 외부에서 빛을 비춰야 움직일 수 있어 완전히 자율적이지 않다. 연구팀은 앞으로 몸체와 지느러미 구조를 개선해 속도를 높이고, 소형 광원과 전원 등을 탑재해 외부 자극 장치 없이 작동하는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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