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 유럽녹색꽃게를 해달이 먹어치운다는 최신 연구에 관심이 쏠렸다. 유럽녹색꽃게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생태교란종으로 번식이 빠르고 딱히 천적이 없어 미국과 유럽 생태계를 망가뜨려 왔다.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BARI)는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만에 쳐들어온 유럽녹색꽃게의 수가 해달 덕에 꾸준히 줄고 있다고 전했다.

MBARI 관계자는 "유럽녹색꽃게는 유럽 상선의 밸러스트 수(배 무게를 맞추기 위해 바닥면에 싣는 물)에 섞여 미국에 침입했다"며 "생명력, 번식력이 강력한 외래종 유럽녹색꽃게가 미국 서해안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와중에 들려온 낭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녹색꽃게의 악명은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에는 미국 서해안의 산호초를 파괴했고 이후 어린 게와 연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연안 생태계를 망가뜨렸다"며 "껍데기 폭이 불과 6㎝인 작은 게이지만 그 피해는 수 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생태교란종 유럽녹색꽃게를 맛있게 까먹는 캘리포니아 해달 <사진=Elakha alliance 공식 인스타그램>

미국과 캐나다 등 피해 국가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미국 알래스카 주는 조기발견 및 대응훈련을 실시하며 워싱턴 주에서는 약 1000만 달러(약 160억원)를 투입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오리건 주에서는 어부들에게 하루 최대 35마리를 포획하도록 장려하는 상황이다.

MBARI 관계자는 "몬터레이 만 엘크혼 습지대에 예상치 못한 구세주가 나타났는데 바로 캘리포니아 해달"이라며 "엘크혼 습지대에는 2000년부터 대량의 유럽녹색꽃게가 번식했는데,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게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달에 있어 유럽녹색꽃게는 딱 맞는 먹잇감이란 걸 그간 학자들도 몰랐다"며 "해달은 먹성이 좋은 포식자로 우리 계산대로라면 엘크혼 습지에 서식하는 해달은 연간 5만~12만 마리나 되는 유럽녹색꽃게를 잡아먹는다"고 설명했다.

MBARI에 따르면, 1시간 동안 30마리나 되는 유럽녹색꽃게를 먹어치우는 해달도 있다. 표본 조사 결과 많게는 유럽녹색꽃게 100마리가 잡히던 덫에는 현재 5마리 안팎이 걸려든다. 

몬터레이 만의 마스코트로 통하는 해달 <사진=Elakha alliance 공식 인스타그램>

몬터레이 만에 위치한 길이 약 11㎞의 갯벌 수질은 어느새 개선돼 원래 서식하던 해초가 회복됐다. 조수에 의한 물과 습지의 자연적인 교환도 원활하다. 해달이 없는 샌프란시스코 만 등 타 지역이 여전히 유럽녹색꽃게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과거 모피 때문에 남획돼 멸종 직전에 몰렸던 캘리포니아 해달은 1913년 보호 동물로 지정됐고 이듬해 몬터레이 만 남부 빅서 근교에서 소수 개체가 확인됐다. 1990년대 후반 처음으로 수컷 해달이 엘크혼에 나타났고 2000년대 초반에는 암컷과 새끼도 가세해 점차 번식이 진행됐다. 엘크혼은 서해안을 따라 해달이 다시 정착한 유일한 습지이며, 현재 120마리가 서식한다.

MBARI 관계자는 "바다표범 같은 해양 포유류는 체온 유지를 위해 지방층을 가졌지만 그렇지 않은 해달은 매일 체중의 30%에 해당하는 먹이가 필요하다"며 "해달은 대합을 즐겨 먹지만 이곳 개체들은 유럽녹색꽃게를 상당히 잘 먹는다"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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