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3300m서 채취한 암석, 실험실서 발화
심해 광물, 자연발화 가능성에 학자들 주목

수심 3300m 깊은 바다에서 채취한 돌이 지상 실험실에서 저절로 불타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관찰됐다. 외부에서 열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암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온도가 100℃를 넘어서면서 심해 광물 채굴의 새로운 위험성이 제기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연구팀은 해저에서 채취한 황화광물이 공기와 접촉하면 급격한 산화반응을 일으켜 자연발화할 수 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지난달 28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도 냈다.

연구팀은 2022년 5~6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함께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에서 약 320㎞ 떨어진 에스카나바 해곡을 조사했다. 이곳은 해저 지각이 벌어지는 고르다 해령 남단에 자리하며, 해저 열수 활동으로 형성된 금속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실험 도중 자연 연기를 내뿜는 심해 광물. 백철석 비중이 높은 것들이었다.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연구팀은 원격조종 무인 잠수정 제이슨을 이용해 해곡의 네 지역에서 암석 57개를 채취했다. 암석은 선상에서 영하 20℃로 냉동 보관한 뒤 육상 실험실로 옮겨 동결건조했다.

뜻밖의 현상은 암석을 분쇄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발생했다. 연구팀이 커다란 암석을 손으로 작은 조각으로 깨뜨리자 두 개의 암석에서 열과 연기가 발생했다. 당시 실험실 온도는 약 23℃였으며, 암석에 별도로 열을 가하지도 않았다.

암석은 급격히 산화하면서 온도가 100℃ 이상으로 올라갔다. 반응이 끝난 뒤에는 원래 광물이 산화철의 일종인 마그헤마이트로 바뀌었다. 성분을 분석한 결과, 자연발화한 두 암석은 주로 백철석(마카사이트, Marcasite)로 이뤄져 있었다. 백철석은 철과 황이 결합한 황화철 광물로, 흔히 ‘바보의 금’이라는 황철석과 화학적 조성은 같고 결정 구조는 다르다.

원격조종 무인 잠수정이 로봇 팔로 채취한 심해 광물 <사진=NOAA>

발열한 암석의 백철석 결정은 크기가 5~16㎚(나노미터)에 불과했다. 결정이 극도로 작으면 같은 양의 광물이라도 산소와 접촉하는 표면적이 커진다. 암석을 깨뜨리는 순간 새로운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면서 산화반응이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연구팀은 봤다.

깊은 바닷속에서는 이런 현상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에스카나바 해곡의 해저 수온은 약 2℃로 낮고 산소 공급도 제한적이다. 오랜 세월 바닷속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하던 광물이 지상으로 올라온 뒤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번 발견은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는 심해 광물 채굴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해저 열수광상에는 구리와 아연, 납, 금, 은 등 산업적으로 중요한 금속이 포함돼 있다. 채굴한 광석을 선박 위에서 건조하거나 분쇄하는 과정에서 공기와 접촉하면 예상치 못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번 실험은 바다에서 건진 광물을 조사할 때 따르는 뜻밖의 위험을 드러냈다. <사진=NOAA>

특히 심해 열수광상의 황화광물은 육상 광산의 광물보다 결정이 미세하고 다공성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아 산화반응에 취약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육상 광산에서 사용하는 기존 화재 예방 기술을 심해 광물 채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광석이 산소에 노출되는 상황을 관리하고, 필요하면 충분한 물로 열을 제거하는 등 심해 광물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저에 매장된 광물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이를 지상으로 끌어올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화학적 위험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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