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바다는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인다.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지만, 메탄이 출렁이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나 황산 구름으로 뒤덮인 금성에서도 같은 물리 법칙이 적용될까. 최근 행성과학자들은 파도는 어디에서나 생기지만, 그 양상은 행성마다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우나 슈넥 교수 연구팀은 지난 4월 내놓은 조사 보고서 ‘다양한 액체 표면에서 풍파를 만드는 행성 환경(Planetary controls on wind-generated waves across diverse liquid surfaces)’에서 행성 중력과 대기 밀도, 액체의 성질이 파도의 크기와 형태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카시니 탐사선이 촬영한 타이탄 액체 탄화수소 호수 온타리오 라쿠스(a). 과거 액체 물로 채워졌던 화성 제제로 크레이터(b). 센티널-2 위성이 북미 슈피리어호수를 2017~2020년 촬영한 이미지의 합성본(c) <사진=우나 슈넥>

연구팀은 지구의 바다뿐 아니라 타이탄의 메탄·에탄 바다, 고대 화성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호수 등을 모델링해 비교했다. 그 결과 파도는 단순히 바람의 세기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액체의 점성, 표면장력, 행성의 중력, 대기의 밀도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같은 풍속에서도 전혀 다른 파도가 만들어졌다.

토성 위성 타이탄은 지구와 가장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다. 그 표면에는 액체 메탄과 에탄으로 이뤄진 바다와 호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액체의 성질과 중력이 지구와 달라 파도의 높이와 전파 방식도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화성의 위성 타이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타이탄의 바다가 유난히 잔잔한 이유를 설명한 연구는 의외로 많다. 프랑스 연구팀은 2019년 조사 보고서 ‘타이탄 바다에서 에어로졸의 부유와 파도 감쇠 현상(The floatability of aerosols and waves damping on Titan's seas)’으로 시선을 끌었다. 연구팀은 대기에서 내려앉은 유기 에어로졸이 바다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작은 파도를 억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분자 한 층 수준의 막만 형성돼도 수㎝ 크기의 파도 발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행성의 파도는 사실 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4월 말 조사 보고서 ‘금성 구름 전선을 형성하는 행성 규모의 하이드롤릭 점프(A planetary-scale hydraulic jump driving Venus’ cloud front)’를 펴냈다. 연구팀은 금성 대기에서는 폭 6000㎞에 이르는 거대한 대기 파동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황산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다 갑자기 감속하면서 지구 싱크대에서 물이 퍼질 때 나타나는 하이드롤릭 점프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설명은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아카츠키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금성 대기에서도 파도와 같은 파동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진=JAXA 공식 홈페이지>

행성의 파도를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파도는 대기의 밀도와 바람, 액체의 조성, 중력 등 행성 환경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이 향후 타이탄을 조사하고, 차세대 금성 탐사까지 본격화되면 실제 관측된 파도와 이번 연구의 예측을 비교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자들은 지구에서 확립된 파도 물리학을 다른 천체에 적용하면 외계행성의 바다 및 호수의 성질을 훨씬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행성마다 서로 다른 파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미래 행성 탐사와 외계 환경 해석의 중요한 단서임은 분명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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