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의 근육이 마비되는 난치병 여성의 의뢰로 독극물을 투여, 살해한 혐의(촉탁살인)로 일본의 40대 의사 2명이 체포됐다. 이 중 한 명은 후생노동성 관료 출신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을 위한 의료서비스는 낭비라고 지적, 논란이 뜨겁다. 

교토신문은 24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근위축성측삭경화증, 통칭 루게릭으로 유명한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를 앓던 교토시 51세 여성에 약물을 주사, 죽음에 이르게 한 호흡기 전문의 오쿠보 요시카즈(42)와 야마모토 나오키(43)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ALS란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또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 근육위축가쪽경화 등 생소한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인체의 운동신경세포가 선택적 또는 진행성으로 변성 및 소실돼 심각한 근위축과 근력저하를 야기한다. 일반에는 루게릭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쿠보 용의자(왼쪽)와 야마모토 용의자. 경찰은 두 사람이 여성에 약물을 투여한 뒤 130만엔을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사진=FNN 프라임온라인 유튜브 공식채널 보도영상 캡처>

충격적인 것은 오쿠보 요시카즈 용의자가 범행 후 익명으로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숨진 여성을 진단한 뒤 온몸의 근육이 소실된 것을 보고 “좀비 같았다”고 언급했다. “고령자에 대한 의료는 사회자원 낭비” 등 극단적 표현도 사용했다. 특히 “누워서 꼼짝도 못하는 고령자는 버리는 게 맞다”며 안락사 법제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블로그에 “하루하루 죽음보다 독한 고통과 싸우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 산 자의 도리”라며 “비윤리적이라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결과 오쿠보 용의자는 2003년 히로사키의대(아오모리현)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후생성 노인건강국에서 7년간 일한 뒤 호흡기내과의사로 토호쿠지방의 여러 의료기관에 몸담았다. 2018년 미야기현에 병원을 개업하는 한편, 현내 다른 병원에서도 일했다. 야마모토 용의자는 2016년 도쿄 시내에 남성전문클리닉을 차렸다. 오쿠보와는 전부터 아는 사이로 드러났다.

경찰은 살해된 50대 여성이 두 의사로부터 원래 진료를 받아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병이 너무 고통스러워 SNS에 올린 여성의 글을 보고 용의자들이 답하면서 친분을 맺었으나 범행 직전까지 직접 대면은 없었다. 두 용의자는 여성이 안락사를 간절히 원하자 약물 투여에 동의했고, 지난해 11월 30일 교토시 자택을 방문, 주사를 놨다. 

당시 주민들은 두 의사가 다녀간 뒤 여성의 몸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여성의 체내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자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동원해 범인을 추적해왔다. 경찰은 두 의사가 "죽음을 원하는 사람을 대가 없이 보내주는 것도 직업윤리"라고 강조했지만 여성이 이들에게 130만엔을 이체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교토시 장애복지서비스센터에 따르면, 숨진 여성은 2011년부터 ALS를 앓았다. 사망할 당시 말을 하지도, 수족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중증이었다. 다만 의식은 또렷해 특수장치로 메일을 보내거나 SNS에 글을 올리곤 했다. 24시간 조무사의 도움을 받았으며, 발병 뒤 숨질 때까지 8년을 홀로 살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