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가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과 마주치게 된다. 만약 당신의 가족이나 이웃이 하루아침에 만화영화의 주인공 스머프처럼 파란 피부를 갖게 됐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세계 각지에 소수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일명 파란색 피부는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해외토픽을 연일 장식할 정도로 놀라움을 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남성 폴 캐러슨이다. CNN에도 소개된 폴은 젊은 시절만 해도 보통 사람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 들어 얼굴이 점차 파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대중은 그에게 애니메이션 '스머프' 속 캐릭터를 따 '파파스머프'란 별명을 지어줬다. 지금도 구글에 'Paul Karason blue skin'이라고 검색하면 폴의 소식과 사진이 뜰 만큼 유명하다. 

CNN이 보도한 폴 캐러슨의 얼굴색 변화 <사진=CNN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Blue Man' dies from heart attack' 캡처>

폴은 얼굴이 파랗게 됐을 당시 인터뷰에서 “이 커다란 변화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주변 사람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 날 오랜 친구를 만났는데, 그때서야 내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폴의 얼굴색 변화가 몹시 미스터리하다며 떠들어댔다. 하지만 이는 ‘콜로이들 실버(colloidal silver)’라는 장치 탓인 것으로 판명됐다. 콜로이들 실버는 금속으로부터 추출한 콜로이드 은을 전류를 흘려 물에 침투하는 장치다.

폴은 이 장치에 사용한 물을 마시면서 여러 질환이 낫는다고 믿었다. 당연히 폴은 매일 이 물을 마셨다. 학자들은 폴이 이 물을 마셔 은피증(argyria)에 걸렸고, 이 때문에 피부가 파랗게 변했다고 추측했다. 은피증이란 초산은을 오랜 기간 먹으면 체내에서 환원돼 생기는 은 미립자가 피부에 침착해 청회색 내지 회색을 피는 색소이상이다.

피부색이 변하면서 폴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피하게 됐다. 결국 여자친구와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수 십번 이사를 다녔다. 폴은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그 물을 마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파란색 얼굴을 결코 원치 않았던 폴은 2013년 62세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과학자들은 폴이 앓고 있는 은피증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한다. 19세기 후반, 미국 캔터키의 한 농가에서 파란색 피부를 가진 가족이 산다는 괴담이 퍼졌다. 조사 결과 이 가족은 프랑스로부터 이민을 왔으며 모두 유전적으로 메토헤모글로빈(metohemoglobin) 이상증세에 걸려 있었다. 메토헤모글로빈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청색증이 동반된다.

일부 학자들은 이 가족이 은광을 끼고 흐르는 작은 하천 인근에 살고 있었고, 이 때문에 청색 피부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폴처럼 은이 함유된 물을 장기간 마신 탓에 가족 모두 은피증에 걸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의 가족이 갖게 된 은피증은 폴과 달리 끝내 과학적으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가족이 무리해서 이민을 오면서 조상들의 저주를 받았다는 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졌고 이들은 철저하게 마을사람들로부터 고립됐다. 나중에 학자들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들을 찾았을 때 집은 폐가처럼 변해있었고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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