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도로 건설을 위한 주택 철거를 놓고 중국 광저우시와 10간 줄다리기해온 여성이 결국 집을 지켜냈다. 집념이 승리한 결과, 도로는 여성의 집을 가운데 두고 곡선이 돼버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들은 최근 기사에서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도로 한복판에 사는 여성' 사연을 전했다. 유튜브에도 관련 영상이 수 십편 올라온 이 여성의 집주소는 도로 한복판으로 돼 있다.

여성의 기나긴 싸움은 1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광저우시는 시내에 다리를 겸한 고가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후 시는 고가도로가 통과하는 지역에 자리한 7개 건물 소유주, 주민 47가구와 협상에 나섰다. 

고가도로 한복판에 자리한 집 <사진=유튜브 광저우데일리 공식채널 보도 영상 캡처>

사람들은 시의 보상을 받고 모두 터전을 떠났다. 하지만 이 여성은 아파트와 추가 보상금 제시에도 완강했다. 억만금을 줘도 집을 못 뺀다고 버텼다. 사연이 지역 TV와 신문에 나자 무분별한 도시개발에 따른 강제퇴거 논란이 재점화됐다. 자연환경을 무시한 도시화도 문제지만 퇴거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는 이슈가 최근 중국서 주목 받고 있다. 일부에선 다리의 안전성을 위해 여성이 양보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광저우시 입장에선 하필 고가도로 한복판에 자리한 여성의 약 40㎡(약 12평)짜리 집을 반드시 허물어야만 했다. 다만 여성이 10년 넘게 요지부동인 데다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고가도로 한복판에 자리한 집 <사진=유튜브 광저우데일리 공식채널 보도 영상 캡처>

결국 고가도로는 여성의 집 구간만 곡선으로 지어졌다. 세상에 둘도 없을 희한한 고가도로는 곧장 화제가 됐다.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면 여성의 집만 툭 튀어나왔다고 해서 '釘子戸(못대가리)'라는 애칭도 붙었다.

여성이 집을 지켜냈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양쪽으로 난 2차선 도로, 모두 4차선 도로를 차량들이 밤낮없이 달리며 내는 소음이 만만찮다. 게다가 여성이 집을 드나들 때의 안전문제도 남아있다. 만에 하나 차량이 여성의 집을 들이받기라도 하면 대형참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여성은 소중한 집을 지켜내 기쁘다는 입장이다.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제가 얻은 결과에 행복하다. 이곳은 제게 있어 아주 조용하고 쾌적한 집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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