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맛있는 음식은 죄다 칼로리가 높다고들 한다. 사람 입맛을 당기는 음식은 하나같이 칼로리가 높아 자칫 과식할 경우 비만을 부르고 심하면 동맥경화와 각종 심장질환을 야기한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처럼 과식할 경우 몸에 해로운 고칼로리 음식이지만, 사람은 원래 이런 것들을 섭취하기 위해 진화해왔다는 사실이 또 한 번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팀은 이달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린 논문에서 사람은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해 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도록 진화해왔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고칼로리 음식 8가지와 저칼로리 음식 8가지를 동원해 실험에 나섰다. 무작위로 선발한 피실험자 512명을 커다란 홀에 안내하고, 각 루트에 따라 걸으며 제시된 음식들을 마주하게 했다.

중년에게 도넛은 먹을 때는 즐겁지만 칼로리가 높아 건강 걱정이 뒤따르는 음식이다. <사진=pixabay>

실험에 사용된 고칼로리 음식은 초콜릿 브라우니나 치즈 케이크, 감자칩 따위로 구성했다. 저칼로리 음식 그룹에는 토마토와 사과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의 식성을 고려해 이들 16개 음식을 실제 샘플과 냄새만을 추출해 솜에 묻힌 것 등 두 가지로 준비했다.  

피실험자들은 정해진 루트에 따라 다니면서 제시되는 음식을 먹거나 냄새를 맡았다. 이후 피실험자들은 자신이 돌아본 홀의 그림을 건네받고 각 구간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표시했다.

결과적으로 피실험자들은 식성과 무관하게 고칼로리 음식의 위치를 30%가량 더 기억했다. 특히 냄새를 맡을 때보다 식품을 먹었을 때 제대로 기억한 확률이 243%나 높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원래 생물은 손쉽게 칼로리를 얻기 위해 최적화돼 있다. 이를 '최적채이이론' 또는 '최적섭이이론'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적섭이이론(optimal foraging theory)은 원래 동물의 식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먹이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먹이의 흡수 효율을 최대화하려는 포식자의 본능적 행동을 예측하는 이론이다. 즉, 동물은 가능한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진화해왔다는 이야기다.

호랑이 등 생태계 포식자들은 적은 에너지로 최대의 에너지를 얻도록 진화해왔다. <사진=pixabay>

바헤닝언대 연구팀의 실험은 최적섭이이론의 대상을 동물이 아닌 인간에 적용한 사례다. 아프리카 호랑이나 히말라야 눈표범 등 각지의 포식자들에 적용돼온 해당 이론이 인간에도 들어맞는 지 검증은 그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사람이 어떤 환경 내에서 고칼로리 음식의 위치를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칼로리가 풍부한 자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초기 인류에 있어 매우 중요했다. 특히 먹을 것이 극도로 귀했던 빙하기에는 생존의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인류는 야생의 포식자들처럼 최적섭이이론의 틀 안에서 진화해 왔지만, 수명이 늘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됐다. 초기 인류는 기껏해야 30년을 살았고, 입맛 당기는 대로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해도 문제가 없었으나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수명이 짧을 때는 아무리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이나 비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되도록 많이 먹는 편이 생존율이 높였다"며 "80년 이상 살게 된 지금, 인류는 아무리 맛있어도 단 디저트나 기름진 음식만 먹다 보면 쉽게 건강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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