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 말고 다른 존재가 있나요?"
"네."

짧지만 소름 끼치는 이 문장은 귀신을 부른다는 위저보드(Ouija Board, 위자보드) 게임의 첫단계에서 듣게 되는 대화다. 영혼을 불러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일본의 '콧쿠리상(こっくりさん)'과 마찬가지로, 위저보드는 서양을 대표하는 오컬트 놀이의 하나다.

영화까지 등장한 '분신사바' 역시 위저보드와 비슷한 강령술이다. '분신사바'를 우리나라 것으로 아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콧쿠리상이 변질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영혼을 불러 질문하는 위저보드 <사진=pixabay>

위저보드의 맨 위에는 ‘예(Yes)’와 ‘아니오(No)’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그 밑으로 A부터 Z까지 알파벳이 두 줄에 걸쳐 들어가 있다. 다시 그 밑에 숫자 1부터 0이 인쇄돼 있다. 보드 맨 밑에는 ‘안녕(Good-bye)’이란 문장이 들어간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동그란 유리가 들어간 포인터를 사용해 영혼과 대화한다. 참가자들이 주문을 외운 뒤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여기 우리 말고 누가 있나요?”다. 만약 영혼이 참가자의 부름을 듣고 주변에 왔다면 포인터가 저절로 ‘예’로 이동한다. 알파벳들은 영혼의 이름 등 보다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새겨져 있다. 

위저보드 게임은 이 사진처럼 진행한다. <사진=영화 '위저' 스틸>

위저보드는 정말 영혼이 움직이는 것일까. 위저보드의 효력을 굳게 믿는 오컬트 마니아들은 “그렇다”고 입을 모으겠지만, 과학적으로 얼마든 트릭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위저보드를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포인터는 영혼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참가자가 무의식적으로 조작한다. 물론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는 못한다. 관념운동반응(ideomotor response)이나 플로리다 효과(Florida effect)에 대입해보면 위저보드의 미스터리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린다.  

아이디어모터 효과(ideomotor effect, 이데오모터 효과)로 인해 일어나는 관념운동반응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30㎝가량의 짤막한 실을 준비하고 그 끝에 작은 금속 추를 매단다. A는 실 끝을 잡고 손에 힘을 빼 추가 움직이지 않게 한다. 준비가 끝나면 B는 A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관념운동반응의 간단한 실험 <사진=ROC Hypnosis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Chevreul's Pendulum Experiment' 캡처>

질문에 대한 답이 "예"라면 추가 시계방향, "아니오"라면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실험 전 A와 B가 함께 숙지한 룰이다. A는 질문에 답하면서 추가 스스로 움직이는 데 깜짝 놀란다. 의식하지 않아도 금속 추는 대답에 따라 시계,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아간다.

이 신기한 현상은 19세기 프랑스 화학자 슈브룰의 이름을 따 '슈브룰의 진자(Chevreul's Pendulum)'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무의식 운동의 결과다. A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B에 답변할 때마다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것이 손가락에서 끈으로 전해지면서 동전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여겨진다. 자기암시가 생각이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심리현상이다.  

영화에서 다루는 위저보드 <사진=영화 '위자: 저주의 시작' 메인포스터>

과학자들은 위저보드나 수맥을 찾아준다는 다우징(dowsing), 콧쿠리상, 분신사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있지도 않은 영혼이 게임 참가자들을 찾아와 답변하고, 수틀리면 심술을 부려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영화 속 장면은 거짓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관점이다.

물론 위저보드 게임을 하다 위험천만한 악마를 불러냈다는 기록도 있다. 위저보드는 ▲영어로 진행할 것 ▲절대 혼자 하지 말 것 ▲일정 시간 이상 계속하지 말 것 ▲앞날은 물어보지 말 것 ▲반드시 영혼의 허락을 구하고 끝낼 것 등 의외로 복잡한 룰을 갖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아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다는 게 오컬트 마니아들의 주장이며, 이런 장면들은 '닥터 슬립'의 마이클 플래너건이 연출한 '위자: 저주의 시작'(2016)이나 올리비아 쿡의 '위자'(2014) 등 대중매체에서도 다뤄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i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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