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세기 전 멸종됐던 태즈메이니아 호랑이(Tasmanian tiger)는 아직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400만년 전부터 호주에 서식했던 이 동물은 19세기 호주에서 양을 기르기 시작하며 사냥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결국 1936년 9월 7일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의 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마지막 개체 '벤저민'의 죽음으로 멸종했다.

매체에 등장하는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사진=다큐멘터리 'TASMANIAN TIGER(1964)' 스틸>

포유류인 호랑이와는 달리 캥거루처럼 주머니에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라는 점, 역사 시대까지 살아남은 육식 유대류 중 가장 거대한 개체라는 점, 뱀이나 악어처럼 덩치에 비해 입이 크게 벌어진다는 점 등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는 일반의 시선을 끌만한 특징이 많다. 몸통에 뾰족한 줄무늬가 있어 호랑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전체적인 생김새는 늑대에 가까워 태즈메이니아 늑대(Tasmainan wolf)라고도 불린다. 

이런 점에서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는 멸종된지 85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화제가 된다. 수년 전에는 호주 퀸즐랜드에서 야생 목격담이 전해져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동시에 수색 작업이 펼쳐졌다. 박물관에 보관된 뼈를 이용한 DNA 복원 작업도 한창이다. 호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개체로 영화나 게임 속에도 등장한다.

9일에는 태즈메이니아 호랑이가 대표적인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케이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렴 진화란 계통적으로 관련이 없는 둘 이상의 생물이 적응한 결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모두 날개가 없는 다른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박쥐와 새의 날개가 좋은 예다.

태즈메이니아 호랑이가 들어간 호주 우표 <사진=스탬프포세일닷컴 홈페이지>

비교 대상은 포유류인 늑대다. 멜버른대학교 앤드류 파스크 교수는 "혈통에 따른 제약과 이종성에도 두 종은 거의 흡사한 성장 궤적을 따라 두개골 구조가 발달했다"며 "두개골 형태에 따른 수렴 진화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는 동물을 사냥하기 적합한 길쭉한 턱을 가졌는데, 이로 인한 두개골 진화 방식이 늑대와 동일하다는 말이다. 물론 둘은 완전히 다른 종이다.

연구팀은 호주 박물관 자료와 알래스카 북부에서 빌려온 늑대의 머리를 마이크로CT로 스캔, 신생아 때부터 청소년기의 두개골을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해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멸종 동물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살아났다는 점, 그리고 고대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예가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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