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커비는 히어로 코믹스의 대부로 알려진 미국 만화가다. 1940년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를 창조했을 뿐더러 1960년대에는 스탠 리와 함께 마블의 간판 캐릭터인 엑스맨과 아이언맨, 헐크, 판타스틱 포 등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9년 개봉한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다. 그가 1958년 출판한 '레이스 포 더 문(Race for the Moon)'이라는 3부작 만화다.

잭 커비가 작품 속에서 묘사한 '화성의 얼굴' <사진=하비코믹스>

독특하고 강한 그림체로 유명한 커비는 이 작품에서는 작화는 물론 스토리까지 담당했다. 문제가 된 것은 3부작 중 두번째 에피소드다. 화성 표면에서 발견된 거대한 얼굴 조각상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만화에서는 이를 '화성의 얼굴(the Face on Mars)'이라고 부른다.

화성의 얼굴, 일명 '인면암'은 또 다른 계기로 지난 수십년간 음모론자들을 흥분시켰던 사건 중 하나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사한 무인 탐사선 바이킹 1호는 1976년 여러 장의 화성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그중에 사람 얼굴과 같은 놀라운 사진 하나가 포함됐다. 게다가 거대한 얼굴 옆에는 몇 개의 피라미드 지형까지 드러났다.

이 사진으로 화성 음모론이 제기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일부 사람들은 화성에 외계인이 세운 고대 문명이 존재하며, 이런 사실을 미국 정부와 과학자들이 숨긴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됐던 NASA의 '화성의 얼굴' 실제 이미지 <사진=pixabay>

NASA는 이후 다른 탐사선의 사진을 공개하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지만, 결국 소동이 마무리된 것은 30년이나 지나서였다. 2006년 화성 정찰 위성이 첨단 기술로 훨씬 선명한 사진을 찍어보내 화성의 얼굴이 단순한 언덕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잭 커비가 어떻게 인면암의 존재가 밝혀지기 18년 전에 이를 만화에 묘사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NASA에 잭 커비의 문제도 제기했지만, 당연히 아무 대답도 없었다.

일부는 잭 커비가 어떤 '체험'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놨다. 만화 속 주인공인 우주비행사 벤 피셔는 화성에서 거대한 창조물을 발견한 뒤 이를 탐사하던 중 기절한다. 무의식 상태에서 그는 번영했던 화성인들이 외계의 습격을 받아 멸망하는 과거를 체험한다. 즉 만화 주인공의 이런 환영이 단순한 창작물이 아닌 잭 커비의 경험담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어쨌든 커비는 1994년 74세로 사망했다. 화성의 얼굴을 어떻게 작품 속에 등장시켰는지 직접 물어볼 수 없지만, 실제보다 18년이나 먼저 만화에 인면암이 등장한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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