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얼굴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건 자연적 현상은 아니다. 인간이 최대한 귀여워 보이는 고양이를 몇 세대에 걸쳐 키운 결과다.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얼굴을 얻었지만 부작용도 있다. 고양이 중 일부는 감정을 보여줄 수 없는 영구적인 '찡그린 얼굴'을 갖게 돼버렸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2월 수의학 프론티어 저널(journal Frontiers of Veterinary Science)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이 색다른 이야기에 주목한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 로렌 핀카 박사와 연구팀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2000개 이상의 고양이 얼굴 사진을 분석, 찡그린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표정을 파악했다.

귀가 접혀 이름에 '폴드(fold)'가 이름에 들어간 스코티시폴드 <사진=pixabay>

그 결과 연구팀은 스코티시폴드와 같은 일부 고양이 종은 일상적인 상태임에도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품종(쇼트 헤어)보다 더 찡그린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핀카 박사는 19일 발표한 논문에서 "수십년 간 인간은 과장된 귀여움을 얻기 위해 고양이와 개를 선택적으로 번식해왔다. 고양이의 경우 페르시안 고양이와 쇼트 헤어 종의 평평하고 둥근 얼굴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납작하고 둥근 얼굴은 '단두증(brachycephalic)'의 징후다. 짧은 주둥이와 좁은 기도, 눈과 코 및 입의 쏠림, 얕은 안와 등이 특징이다. 심할 경우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물론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개의 경우 열사병 같은 치명적인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단두 견종 불독 <사진=pixabay>

박사는 "평소 찡그린 얼굴을 가진 고양이는 건강도 문제지만 실제로 고통을 느낄 때 이를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양이의 표정 보다는 행동이나 자세에 집중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찡그린 고양이를 예쁘게 볼까. 이에 대해 핀카 박사는 "고통스러워하는 어린 동물이 인간의 보호 본능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핀카 박사는 고양이는 물론 개를 입양할 때 찡그린 얼굴에 대한 진실을 염두에 둘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예뻐보이는 반려동물을 선호하겠지만, 특정 품종이 만성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지 반드시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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