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합작한 2005년 영화 '우주전쟁'에서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몰살당한다. 거꾸로 지구의 미생물이 외계에 이미 퍼져있다면 외계생명체를 파괴할 수 있을까.

실제로 외계에는 적지않은 지구인의 손길이 닿았다. 지난달에는 화성에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착륙, 현재 임무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이런 장치에 지구 미생물 등이 묻어 우주로 날아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물론 화성 표면은 지구와 다르고 생명체가 살아남기 어렵다. 다만 지구에는 약 1조 종의 미생물이 있고, 일부는 무시무시한 생존력을 자랑한다. 이런 미생물들이 화성에서 살아남는다면, 그곳에 존재할 수도 있는 생물권(biosphere)을 완전히 파괴하고 향후 탐사로 발견될 생명의 징후까지 왜곡할 지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미생물 프런티어(Frontiers in Microbiology)'에 실렸다. 이를 접한 과학자들은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미 항공우주국(NASA)과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의 과학자 팀은 화성 표면에서의 미생물 생존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사용했다. 미생물을 화성에 보내는 대신 풍선에 실어 지구의 성층권(고도 10~50㎞)으로 띄워 보냈다. 

성층권은 복사와 온도 측면에서 화성 표면과 놀랍도록 유사한 환경이다. 연구팀은 '방사선, 생존, 생물학적 결과 실험을 위한 미생물(MARSBOx, Microbes in Atmosphere for Radiation, Survival, and Biological Outcomes experiment)'이라는 장치를 제작, 그 안에 미생물들을 투입했다.

MARSBOx는 화성의 실제 대기와 유사한 가스 혼합물에 노출되도록 고안됐다. 진짜 화성 대기와 비슷한 압력도 유지할 수 있다. 상자의 압력, 온도, 복사 및 기체 내용물은 모두 화성의 차갑고 건조한 표면과 흡사하도록 시뮬레이션됐다. 여기에 방사선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방사선 차폐 기능을 더했다.

2019년 9월 실험에서 미생물들은 약 38㎞ 고도에서 셔터가 열리며 5시간 이상 방사선 및 평균 -29℃의 온도, 해수면보다 수천배 낮은 압력, 극도로 건조한 공기에 노출됐다. 지구로 복귀한 표본을 검사한 결과 미생물 대부분이 죽었지만 2종이 살아남은 것을 발견했다. 아스페르길루스 니제르(Aspergillus niger)와 살리니스페라(Salinisphaera)라는 곰팡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아스페르길루스 니제르는 항생제를 포함, 유용한 화합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일반 곰팡이다. 살리니스페라의 경우, 생존율은 좀 낮았지만 염도가 높은 심해 염수 웅덩이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원래 생존력이 원래 뛰어나다.  

연구팀은 곰팡이가 어떤 이유로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DLR 미생물학자 마르타 코르테상 박사는 "이 실험은 미생물 생존을 가능케한 중요한 유전적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 곰팡이들이 가혹한 환경을 견디도록 진화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최근 획득한 환경 적응력으로 이번 실험에서 살아남았는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실제 화성과 같은 외계에서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면, 이는 잠재적인 위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박테리아와 미생물은 인간의 생물학적 기능에도 필요하며, 화성의 환경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생화화적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코르테상 박사는 "결론적으로 미생물의 생존 능력을 더 잘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면 우주여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다른 세계에서 생명 발생을 이해할 기회 자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추가 분석 및 실험을 통해 어떤 유전자가 미생물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몇년 안에 MARSBOx 팀은 남극대륙에서 후속 비행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