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의 아이콘 T-1000이 원래 ‘터미네이터’ 1편에 등장할 예정이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임스 카메론(66) 감독은 8일 데드라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에 ‘터미네이터2’의 빌런 T-1000을 투입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아이콘 T-1000 <사진=영화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 스틸>

로버트 패트릭(62)이 연기한 T-1000은 스카이넷이 존 코너의 근본을 지워버리기 위해 미래에서 보낸 살인병기다. 액체금속으로 몸을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고 신체 일부를 무기로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이로 변신까지 가능한 공포의 기체다. 배우가 워낙 캐릭터를 잘 그려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1984년 ‘터미네이터’에 출연시키지 못한 이유는 기술과 예산 부족이었다. 카메론 감독은 “처음 만든 ‘터미네이터’의 각본은 영화판보다 훨씬 야심적이었다”며 “인간과 기계의 대결을 그리는 기본적인 부분은 같지만 몇 가지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1991년 당시 최신기술을 동원해 제작된 '터미네이터2' 속 장면들 <사진=영화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 스틸>

그는 “최초의 각본에서는 카일 리스(마이클 빈) 외에 인간 레지스탕스 한 명이 더 보내질 예정이었다”며 “다른 한 사람은 비교적 일찍 죽지만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와 카일 리스는 스카이넷이 보낸 최초의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을 쓰러뜨린 뒤 또 다른 터미네이터, 즉 T-1000과 싸우는 구도였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 아이디어는 시리즈 1편 치고는 너무 복잡했다. 더욱이 할리우드에서 아직 거물이 아니었던 제가 이 스토리를 다 그려낼 만한 예산을 갖고 있을 리 만무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1984년 당시 촬영기술로는 T-1000과 같은 액체금속을 잘 표현할 수도 없었다”며 “최종적으로 각본 규모를 축소하고 T-1000 역시 후일을 기약하며 뺐다. 다행히 1편이 히트하면서 2편을 잘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인공 아놀드 슈왈제네거 <사진=영화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 스틸>

감독 말대로 1990년대 들어서자 할리우드의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카메론 감독은 그제야 원래 아이디어를 재활용해 ‘터미네이터2’의 악역으로 T-1000을 발탁했다.

1984년 첫 영화 탄생 이래 2019년까지 6편이 개봉된 ‘터미네이터’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인류와 기계의 미래, 공존을 이야기하는 철학까지 담은 대작으로 평가된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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