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음'이라고 하면 흔히 육각형의 결정 구조를 떠올린다. 이는 물 분자 6개가 모여 육각형 고리 구조를 만든 것으로,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로 이뤄진 물 분자가 가장 안정한 형태로 모인 것이 육각형 구조다. 이를 과학자들은 '1번 얼음(ice I)' 혹은 '얼음 I'이라고 부른다.

얼음 I는 육각형으로 연결된 물 분자 사이로 가운데가 비어있는 구조다. 이 공간 때문에 물이 얼면 부피가 팽창하는데, 과학자들은 얼음을 아주 낮은 온도에서 강한 압력을 가하면 구조가 찌그러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육각형 구조가 무너지고 대신 사각형이나 오, 칠각형 구조를 갖는 얼음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구조의 얼음은 이제까지 확인된 것만 18개에 달한다.

얼음의 육각형 결정 구조 <사진=pixabay>

이와 같이 얼음은 여러 형태(다형체)를 가진다. 또 얼음 I의 육각형 모양은 물 분자 중 산소 원자의 배열에 기인한 것이며, 나머지 수소 원자는 그 주위에 무작위로 배치된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얼음이 '무질서(disordered)'하다고 부른다.

이런 무질서한 얼음은 압력에 따라 변형될 수 있다. 이는 빙하가 움직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대조적으로 다른 얼음 다형체는 수소 원자가 무작위인 것이 아니라 '수소 순서' 혹은 'H 순서'라고 불리는 자체적인 결정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런 H 순서 얼음은 무질서한 얼음처럼 변형되는 대신 매우 쉽게 부서진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교 물리화학자 토마스 로어팅 교수와 연구팀이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저널에 발표한 19번째 얼음(얼음 XIX)도 이런 H 순서 얼음이다.

특히 연구팀은 기존 얼음 XV의 냉각 과정에서 기온을 영하 170℃로 낮추고 압력을 2GPa(기가파스칼)로 크게 높임으로써 새로운 얼음 XIX를 생성해냈다.

<사진=pixabay>

얼음 XIX와 얼음 XV는 결정 구조가 똑같은 사각형이다. 이는 산소 원자의 연결 구조가 동일하고 수소 원자의 결정 패턴만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얼음 XV 역시 먼저 만들어진 얼음 VI(6번)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얼음 6번과 15번, 19번은 똑같이 사각형에 밀도도 매우 흡사하다.

로어팅 교수는 "이들은 수소 원자의 위치만 다르고 다른 점에서는 유사성을 보인다"며 "얼음 다형체 사이의 이런 관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점이 중요한 것은 이런 다형체 얼음은 천왕성과 해왕성,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 이오, 가니메데 등 극한 환경을 가진 외계에서 발견되기 쉽기 때문이다. 다형체 얼음의 구조와 밀도를 파악, 이들 천체의 얼음 맨틀 혹은 얼음 코어의 형성 등을 이해하는 것은 천체물리학의 큰 관심사다.

로어팅 교수는 “새로운 얼음 형태의 이름을 정하려면 결정 구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하며, 결국 이는 수소 원자의 배열에 따라 결정된다"며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많은 다형체 얼음이 더 많은 연구로 등장하길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