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Big Bang) 직후, 즉 우주 탄생 직후 찰나의 순간이 과학자들에 의해 재구성됐다.

독일 괴팅겐대학교 엔스 니에마이어 교수 등 연구팀은 2일 '물리학 리뷰 D' 저널을 통해 빅뱅 직후 1조 분의 1초 동안 우주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 순간 우주는 1조℃ 이상으로 뜨거웠고 무게는 수g~20㎏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조밀한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빅뱅 직후 나타난 조밀한 덩어리 중 하나 <사진=엔스 니에마이어, 괴팅겐대학교>

연구팀은 또한 시뮬레이션으로 초기 우주가 생성되는 과정인 '인플레이션(inflation, 대팽창)'을 통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도 유추했다. 이 복잡하고 조밀한 구조는 극히 짧은 시간내에 기본 입자로 변했고, 높은 밀도와 질량으로 인해 중력파(gravitational waves)를 발생시켰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덩어리는 자체 무게에 의해 붕괴돼 '원시 블랙홀(primordial black hole)'이라고 불리는 우주 최초의 블랙홀을 생성했을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물질의 붕괴가 우주의 85%를 차지하는 미지의 '암흑 물질(dark matter)'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중력파 계산에도 도움이 되며, 이번에 발견하지 못한 블랙홀을 찾아내기 위해 향후 더 정밀한 모델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에마이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수행된 우주의 초창기에 대한 시뮬레이션 중 가장 큰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의 대팽창 직후 과정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사진=엔스 니에마이어, 괴팅겐대학교>

빅뱅 시뮬레이션은 이전에도 등장했다. 2013년 미국 시카고대학교 연구팀이 진공실험실에서 극저온으로 냉각시킨 세슘 원자를 이용해 빅뱅을 만들어냈으며, 이를 통해 초기 우주 마이크로 배경복사와 같은 패턴도 재현해냈다. 당시는 빅뱅 이후 10㎳(밀리초, 1000분의 1초) 동안 우주의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 정도인 70㎛(마이크로미터)인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준 내용이 언제 실제로 발견될 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컴퓨터와 센서 기술이 향상되고 있어, 시뮬레이션 모델이 계속 정교해지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결과를 발견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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