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2000만년 전 백악기 초기 두 발로 걷던 악어 발자국이 국내에서 발견됐다. 원래 악어의 역사는 오래돼 2억5000년 전 중생대 초반부터 서식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백악기에 생존한 2족보행 악어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교수와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마틴 로클리 교수,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고생물학자 안토니 로밀리오 박사는 국제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1일자를 통해 진주에서 발견된 2족보행 악어의  정체를 공개했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진주 지역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2족보행 악어의 발자국이 100여개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고대 악어의 것으로 추정된다.

진주에서 발견된 2족보행 악어의 발자국 화석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로밀리오 박사는 “화석 발견 당시, 현재 전형적인 네발 악어의 발자국과 아주 달라 의문점이 많았다”며 “당초 갯벌 위를 걷는 거대한 2족보행 익룡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악어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2족보행 악어의 발자국 크기가 18~24㎝인 점을 감안해 몸길이가 약 3m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는 “전형적인 악어는 스쿼트를 하듯 네 발로 보행해 넓은 궤도를 만들지만 이 화석자국은 이상하게도 궤도 폭이 매우 좁아 줄타기처럼 균형을 잡고 걸은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진주에서 발견된 발자국을 토대로 추정한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의 생김새와 크기 <사진=퀸즐랜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안토니 로밀리오>

이어 “보통 네발 달린 악어는 지면에 꼬리의 흔적도 남지만 2족보행 악어는 그런 자국이 없었다”며 “공룡의 자손들은 발끝으로 걷는 데 비해 악어는 사람처럼 다리의 평평한 부분을 지면에 대면서 걸어 발뒤꿈치 흔적이 또렷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고대의 신종 악어에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Batrachopus grandis)라는 이름을 붙였다. 로밀리오 박사는 “악어 발자국 화석은 아시아에서는 아주 드문데, 100개에 가까운 발자국이 한꺼번에 발견된 건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들 화석은 발끝과 발바닥의 미세한 비늘 자국까지 남아있을 만큼 보존상태도 아주 양호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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