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일본 거물 방송인 시마다 신스케(65)에 대한 모델 마리에(33)의 공개 저격으로 시작된 성접대 의혹이 일본판 미투로 번지는 모양새다. 용기 있는 결단이라며 지지하는 팬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예계 내부에서도 관련 고발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NHK 출신 방송인 타카마츠 나나(27)는 최근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솔직히 이 세계에 몸담은 사람은 누구나 ‘마쿠라에이교(枕営業, 성접대)’ 이야기를 듣는다”며 “연예계는 성희롱이나 갑질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병적인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시마다 신스케의 성접대 강요를 폭로한 방송인 마리에 <사진=마리에 인스타그램>

가수 겸 배우 각트(GACKT)도 성접대와 갑질이 만연한 연예계를 고발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인기 개그콤비 다운타운의 하마다 마사토시(58)로부터 공개 망신을 당했다”며 “촬영 중 비가 내려 대기 중인데 별안간 쓴 소리를 던지더라. 아무로 나미에 등 인기 게스트들이 다 듣는 데서 핀잔을 들은 뒤 다른 동료들과 저 사이에 벽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가수 아이우치 리나(40)는 소속사 제작자에 의한 성희롱을 주장하며 지난달 말 오사카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상황이다. 소장에서 그는 “약 10년 전, 같은 소속사 프로듀서로부터 은밀하게 성희롱을 당했고, 이후 과호흡과 현기증에 시달리렸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마리에는 지난 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18세였던 15년 전, 시마다 신스케가 공석에서 성접대를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마리에는 코미디언 데가와 테츠로(57)와 개그콤비 야루세나스도 이 말을 들었지만 오히려 동조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성접대를 거절한 뒤에는 일거리가 뚝 끊어졌다고도 주장했다. 진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자 마리에는 11일 인스타그램에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글을 영어와 일본어로 올렸다.

연예계 성접대 강요 의혹을 받는 인기 코미디언 데가와 테츠로 <사진=フジテレビュー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出川哲朗が電動車いすを“リアルガチ”プレゼン「(電動車いすに乗って)は~い、こんにちは」' 캡처>

이처럼 연예계 성접대와 갑질 고발이 이어지며 일본판 미투가 전개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팬은 물론 광고주들이 문제에 연루된 연예인을 ‘손절’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2010년 데가와 테츠로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촬영한 전동휠체어 보급 촉진 영상을 10일부로 삭제했다. 데가와 테츠로는 마리에의 폭로 직후 “성접대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얼마 전 도쿄올림픽 성화릴레이에 버젓이 주자로 등장, 뭇매를 맞았다.

일본 연예계 관계자들은 소수의 인기 제작자나 거물 연예인이 판세를 쥐고 흔드는 시스템을 문제 삼고 있다. 프로듀서나 인기 진행자, 코미디언, 배우 등이 가하는 압박은 연예계 은퇴,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떠올릴 만큼 잔혹하며 은밀하다는 것. 심지어 스태프나 동료 배우들도 한통속인 경우가 적잖아 막 데뷔한 연예인들은 쉽게 덫에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쿠자 연루 사실이 들통나 2011년 은퇴한 시마다 신스케 <사진=バラチャン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島田紳助 お笑い界の未来を予言' 캡처>

실제 이런 문제 때문에 일본 연예계는 성접대·성희롱 이슈가 계속돼 왔다. 2007년 연예기획사 아트비전 대표 마츠다 사쿠미(72)가 성우 오디션을 보러 온 16세 소녀를 합격을 미끼로 성추행하다 체포됐다. 2008년 소속사 리프로부터 방출된 배우 코무카이 미나코(36)는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연예계에 만연한 성접대를 고발했다.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 타치바나 레이미(35)는 2009년 소속사의 성희롱을 고발했고 배우 마나베 카오리(41)도 2010년 소속사 계약을 두고 대표가 성접대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2014년에는 패션잡지 편집장이 패션쇼 진출을 걸고 여성 모델에 성접대를 제안했다가 주간지 보도가 나오면서 수갑을 찼다.

한 음반업계 관계자는 “가수든 배우든 프로듀서는 절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비록 성희롱이 만연하다고 해서 이를 폭로해 진실을 밝히기가 여전히 어렵다”며 “법 개정으로 관련 범죄에 대한 시효가 20년으로 늘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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