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는 사상 최초로 인간-돼지 잡종 배아를 만들어 큰 주목을 받았다. 돼지 조직에서 인간 장기를 배양해 의료적으로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지만 윤리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이번에 이 연구팀은 수십 개의 인간 줄기세포를 원숭이 배아에 주입, 그 결과로 생긴 '키메라(chimera, 두 개 이상 종의 세포를 포함하는 유기체)'가 실험실 접시에서 20일 동안 생존했다고 15일 셀(Cell)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솔크 연구소의 이주피수아 벨몽트 교수는 중국 쿤밍과학기술대학교 지웨이지가 이끄는 팀과 함께 필리핀 원숭 배아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원숭이 배아 132개에 인간 확장 다능성 줄기 세포(hEPSC) 25개를 주입, 모두 성공적으로 결합됐고 10일 후에도 103개의 키메라 배아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생존율이 감소하기 시작, 19일이 되자 키메라 3개만 남게 됐고 결국 20일째 실험을 종료했다. 결과는 전체적으로 2017년 돼지-인간 키메라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분석이다.

인간-원숭이 키메라 <사진=지웨이지, 쿤밍 과학기술대학 홈페이지>

벨몽트 교수는 "키메라 세포에서 새롭거나 강화된 여러 통신 경로가 확인됐다"며 "키메라 세포 통신에 관여하는 경로를 이해하면 인간과 진화적으로 더 먼 종에서도 효율적으로 키메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연구팀은 "윤리적 고려 사항에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규제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는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실험이 중국에서 수행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지난 2019년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예일대학교 알레한드로 교수는 "인간-동물 키메라의 주요 관심사는 키메라의 '인간화'가 일어날 지 여부"라며 "향후 연구를 위해 실험이 얼마나 오래 허용돼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경우에는 배아가 생성된 후 20일 내에 파괴됐지만, 키메라를 더 오래 살도록 내버려둬 인간과 흡사한 신경이나 의식, 감정이 생기게 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생명공학과 윤리적 문제에 관한 논란은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윤리학자인 헨리 그릴리와 니타 파라헌은 "새로운 연구는 종종 기존의 윤리적 한계를 뛰어 넘는다"며 "살아있는 동물 또는 태아 동물과 관련된 논의는 거의 20년 동안 진행됐지만, 인간-비인간 키메라에 대한 윤리적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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