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개미는 태어날 때부터 여왕개미와 수컷, 일개미 등으로 신분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여왕개미는 알을 낳은 뒤에는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철저한 신분제는 가장 사회적인 종인 개미 집단의 바탕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연구로 밝혀진 개미 종은 여왕이 되기 위해 경쟁을 거친다. 능력을 인정받아 여왕이 되면 두뇌를 축소하고 대신 난소를 부풀려 임무에 적합한 몸을 만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알을 다 낳은 뒤에는 다시 일개미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미국 케네소주립대학 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클린트 페닉 등 연구진은 '인도 점프 개미(Harpegnathos saltator)'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17일 발표했다. 

30개의 개미 둥지를 관찰한 결과 암컷의 절반 가량은 한달 동안 더듬이를 통해 난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신호를 서로 전달하는 식으로 토너먼트를 거쳐, 100마리 중 5~10마리가 여왕군을 선발됐다. 이 여왕개미들은 호르몬 변화 등으로 인해 난소가 원래 크기의 5배로 커지고 대신 뇌는 25% 축소됐다. 또한 수명은 6개월에서 5년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여왕개미와 일개미 <사진=pixabay>

페닉 교수는 "뇌의 가장 큰 변화는 시신경엽과 중추뇌에서 일어난다"며 "여왕으로 선발된 개미는 본질적으로 알을 낳는 기계가 되며 둥지 밖으로 나가거나 햇빛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임무를 마치면 난소를 축소하고, 뇌를 다시 자라게 해 이전의 일개미로 돌아왔다. 페닉 교수는 "여왕개미가 일개미로 복귀한 뒤 4~6주만에 뇌의 크기가 완전히 이전 크기로 돌아간다"며 "이 정도의 뇌 크기 변화가 곤충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뇌 크기의 극단적인 변형은 척추 동물에서도 발견된다. 다른 연구에서는 명금류(songbird) 일부 종들이 번식기 직전에 뇌의 일부를 키우는 것으로 밝혀냈다. 이처럼 척추 동물에서 나타나는 뇌 부피의 변화는 일반적으로 생식 주기에 맞춰 호르몬이 증가함에 따라 유발된다. 이번 개미 역시 같은 패턴을 따르고 있다.

페닉 교수는 "일단 뇌 세포를 잃으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라며 "하지만 인도 점프 개미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다른 종에서도 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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