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이라면 대부분은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바람개비 모양의 발전기를 떠올릴 것이다.

이런 '수평축 풍력 터빈(HATW)' 말고도 '수직축 풍력 터빈(VAWT)'라는 장치도 있다. 말 그대로 바람개비를 위아래로 눕힌 모양으로, 이제까지는 수평축 터빈 위주의 풍력 발전 시스템에서 틈새 역할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수직축 풍력 터빈이 수평축 터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학교 연구팀은 1만1500시간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직축 터빈이 그리드 형태로 배열될 경우 성능이 더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배열 각도와 회전 방향, 터빈 간격, 발전기 수 등을 종합해 풍력 터빈 성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다.

<사진=Bernd Rieb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e world largest vertical axis wind turbine starts first test run' 캡처>

연구의 주 저자인 호아킴 한센은 "현재의 수평축 터빈은 바람이 앞줄에 도달하면 뒤쪽에 난류가 발생해 뒤 줄의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다"며 "수직축 터빈 설정에 따라서 15%까지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직축 터빈은 수평축 터빈보다 훨씬 가깝게 붙여 놓을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이고 설치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풍력 발전기의 미래는 수직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수직축 터빈은 바닥에 발전기와 기어 박스가 있어 관리와 수리가 용이하다. 또한 바람 감지 및 방향 메커니즘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풍력은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생산의 0.3%에 불과하다. 현재는 설치 가격이 비싸고 설치 가능 지역이 한정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화석 연료를 대체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투자가 늘어나는 분야다.

해상에 설치된 수직축 풍력 터빈 그리드 <사진=옥스퍼드 브룩스대학교 홈페이지>

올 초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에는 전 세계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이 현재의 15배로 증가하고, 누적 투자액은 약 1조달러 (약 11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술 발전으로 설치 비용이 감소하고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펼치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풍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풍력 발전은 93GW로, 전년 대비 53%의 증가와 더불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최악의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풍력 발전 증가 속도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빨라져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시뮬레이션에 불과하고 현장 실험이 필요하지만, 향후 풍력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8일 '재생가능 에너지' 저널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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