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신장 바람이 영화계에도 불면서 지난해 할리우드 흥행작을 연출한 여성 감독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다만 여전히 남성 감독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아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 및 영화계 여성인권을 조사하는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 연구팀은 15일 공식채널을 통해 지난해 할리우드 흥행영화 100편 중 여성 감독 작품 비중이 16%로 역대 최고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을 이끈 마사 라우젠 교수는 “세계 최대의 영화학교 뉴욕필름아카데미 학생 중 약 절반이 여성”이라며 “많은 여성이 영화에 뛰어드는 가운데 16%는 큰 숫자는 아니지만 2018년 4%, 2019년 12%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흥행한 상위 100개 영화 가운데 감독과 각본, 제작, 편집, 촬영감독을 모두 여성이 맡은 작품 비중은 21%로 전년 대비 1%포인트 늘어났다.

영화 '노매드랜드'를 합작한 프란시스 맥도맨드(왼쪽)와 클로이 자오 <사진=영화 '노매드랜드' 스틸>

비록 여성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는 비중은 늘었지만 여전히 ‘남풍’이 거세다. 상위 100편의 영화 중 남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 비중은 무려 84%. 더욱이 주요 배역에 남성이 10명 이상 포진한 영화 비중은 10편 중 7편 꼴이었다.

마사 교수는 “여성이 감독한 흥행작품 비중이 2년 연속 커졌지만 아직도 80% 넘는 감독이 남성이라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감독을 여성이 맡더라도 주요 배역이 남성인 점은 영화계가 깨야 할 차별의 벽”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39)를 비롯해 ‘원더우먼’ 시리즈의 패티 젠킨스(50), ‘버즈 오브 프레이’의 캐시 얀(35), ‘바비’의 그레타 거윅(38) 등 여성감독들이 활약하고 있다. 패티 젠킨스는 최근작 ‘원더우먼 1984’가 흥행하며 성공한 여성감독으로 우뚝 섰지만 공식석상에서 “여전한 남성의 벽을 실감한다”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노리는 클로이 자오가 수상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 영화를 함께 한 배우는 ‘쓰리빌보드’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연기파 여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64)다. 프란시스는 영화를 촬영하며 배우는 물론 인생 선배로서 감독의 멘토 역할을 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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