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을 뒤덮은 두꺼운 얼음 아래에서 ‘비밀의 세계’가 발견됐다. 거대 빙붕 중간에 담수 등이 존재할 것이라는 학계 추측을 처음 입증한 사례여서 의미를 더했다.

뉴질랜드 국립물대기연구소(NIWA)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남극 라르센 빙붕 아래에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터널 형태의 하구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스티븐스 교수 등 NIWA 연구팀은 빙붕 밑의 하구가 지구 온난화에 의한 얼음 융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던 중 대발견에 성공했다.

최대 두께 600m의 라르센 빙붕에 500m 깊이의 구멍을 뚫은 연구팀은 카메라 등 관측 장비를 넣어 자료를 수집하던 중이었다. 어느 날 모니터에 무수한 물체들이 떠오르자 연구팀은 크게 당황했다.

라르센 빙붕 아래 1600피트(약 500m) 부근에서 발견된 미확인 공간. 단각류들이 활발하게 헤엄친다. <사진=NIWA 공식 홈페이지·크레이그 스티븐스 교수>

스티븐스 교수는 “처음엔 카메라 상태가 나쁘거나 고장 난 줄 알았다”며 “초점이 맞자 5㎜ 크기의 단각류 무리가 활발하게 헤엄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극 얼음 아래에서 발견된 이 비밀스러운 청정 공간에는 옆새우(Gammaridae) 등 단각류가 번성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곳은 얼음에 갇혀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세계였다”고 덧붙였다.

단각류는 갑각류의 일종으로 옆새우 등 1만 종이 넘는 생물로 구성된다. 단각류는 전 세계에 분포하며 대부분 바다에 살고 있다. 이런 생물의 존재는 거기에 중요한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의미여서 NIWA 연구팀은 잔뜩 고무됐다.

스티븐스 교수는 “처음 얼음 밑에 뭔가 구조물 같은 것이 있다고 판명된 것은 2020년이었다”며 “로스 빙붕의 위성영상을 조사하던 중 얼음에 긴 홈이 뚫린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NIWA 연구팀이 라르센 빙붕에 뚫은 500m에 달하는 구멍. 카메라 등 관측 장비를 내려 비밀의 공간을 발견했다. <사진=NIWA 공식 홈페이지·크레이그 스티븐스 교수>

이어 “남극의 얼음 아래에 담수 호수나 하천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래된 가설인데 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진척되지 않았다”며 “수수께끼의 공간을 발견하고 샘플을 채취할 수 있었던 것은 전인미답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것과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발견된 공간에 고성능 카메라를 내려보낸 NIWA 연구팀은 천장이 매끄럽고 평평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울퉁불퉁하고 기복이 심한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천장 부근 공간은 상상보다 훨씬 넓어 길쭉하게 늘린 식빵처럼 보였다.

빙붕 아래 관측 장비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던 연구팀은 지난 1월 15일 뉴질랜드 북부 훙가통가 해저 화산 폭발 당시 쓰나미로 인한 압력 변화가 여기서도 감지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스티븐스 교수는 “화산 분화의 영향이 남극에서도 검출된 사실은 지구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며 “세계에서 잊힌 이 외로운 남극에서도 먼 곳의 자연현상이 확인된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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