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나 헬륨 대기를 가진 행성에도 장기간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나 미마스를 대상으로 탐사 활동이 활발한 물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할 중요한 지표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소개한 논문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지 않은 행성에도 물이 장기간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은 생명 탄생의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지금까지 5000개 넘는 태양계 외행성을 발견한 학자들은 지구 외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해비터블 존(Habitable Zone, 골디락스 존)을 찾아헤맸다.

연구팀은 우주 생명체를 탐구하는 학자들이 존에 스스로를 가뒀다고 생각했다. 즉 생명체를 주로 공전하는 외계 행성, 그중에서도 지구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행성에 국한해 찾았다고 지적했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 위주로 외계 생명체를 찾는 그간의 활동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때문에 연구팀은 수소와 헬륨 대기를 가진 해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질량이나 대기 조성이 지구와 다른 행성이라도 조건에 따라 수십억 년에 걸쳐 물이 유지될 가능성이 떠올랐다.

행성들은 항성이 태어날 때 만들어지는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원시 행성계 원반에 포함된 가스의 주성분은 수소와 헬륨이다.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가스를 끌어들인 목성이나 토성의 대기도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졌다. 지구도 막 형성됐을 무렵 대기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부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대체됐다.

연구팀은 수소와 헬륨으로 된 원시 대기를 가진 행성 표면에 물이 유지되는 조건을 실험했다. 우선 태양과 같은 항성을 공전하는 핵 질량이 다른 세 행성을 만들었다. 이들 행성의 핵 질량은 각각 지구의 1.5배, 3배, 8배로 설정했다.

흰 얼음에 둘러싸인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 물이 오랜 기간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공전궤도 반지름과 대기 질량이 다른 몇 가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자 항성으로부터 거리나 대기 질량이 조건을 충족할 경우 원시 대기를 가진 행성 표면에 50억년 이상 물이 유지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시뮬레이션에서는 항성 에너지 방사나 행성 내부 방사성 원소 붕괴로 인한 열까지 고려한 80억년간의 항성·행성 진화도 적용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성으로부터 2천문단위(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의 2배) 이상 떨어진 경우에도 충분한 대기만 있다면 액체의 물이 유지될 수 있다.

연구팀은 항성의 빛이나 열이 거의 닿지 않는 행성을 만들고 1000억년에 걸친 행성 진화를 다시 테스트했다. 그 결과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이 주된 에너지원이 되는 상황에도 액체의 물이 수백억 년 유지됐다.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오래 물이 유지된 것은 핵 질량이 지구의 10배, 대기 질량이 지구의 0.01배일 경우였다. 이때 물은 840억년 동안이나 보존됐다.

영화 '스타워즈'의 홍성 파괴 무기 데스스타를 닮은 토성 위성 미마스.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 존에서 벗어난 영역을 공전하는 행성이나 형성 후 어떠한 이유로 행성계에서 방출된 부유행성도 표면에 오랜 기간 물이 유지될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의 뚜렷한 전제조건”이라며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데 수백만 년이 필요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구 외 생명체 탐색 범위는 지금보다 대폭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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