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상처를 주는 모질고 독한 말이 뺨을 얻어맞을 때와 같은 손상을 뇌에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말로 인한 이런 피해는 상상 외로 뇌에 오래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언어폭력은 정신적 고통은 물론 육체적으로 심각한 해를 입힌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사람의 육체적 케어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연구팀은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부정적 말이 스트레스와 불안은 물론 신체적 손상을 유발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모욕적인 말과 칭찬을 우리 뇌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살폈다.

피실험자 79명을 모집한 연구팀은 뇌파계(EG)와 전극을 두피에 장착하게 하고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문장을 소리 내 반복해 읽게 했다. 각 문장 내용은 ▲린다는 최악이다(모욕) ▲린다는 훌륭하다(찬사) ▲린다는 네덜란드인이다(중립)였다.

자존감을 깨부수는 독설은 실제로 얻어맞는 정도의 피해를 뇌에 입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영화 '위플래쉬' 스틸>

연구팀은 보다 세밀한 뇌 활동을 감지하기 위해 피실험자들에게 린다 대신 자기 이름을 사용해도 좋다고 전했다. 피실험자 절반은 린다를 그대로 사용했고 나머지는 자기 이름을 문장에 넣었다.

뇌파 데이터 분석 결과, 피실험자들이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 사건 관련 전위(event-related potential, ERP)의 파형 성분인 P2의 진폭에 변화가 감지됐다. 이 영향은 모욕이 누구를 향했는지 상관없이 마음에 머물며 반복됨으로써 더욱 견고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뇌는 모욕이나 칭찬에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특히 모욕은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뇌파의 이 초기 P2 시그널은 장기 기억으로부터의 모욕이나 찬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식으로 감정 기복을 유도했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모욕과 찬사에 대한 뇌 반응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는 사실이다. 조사 관계자는 “몇 번이나 반복해 험담을 들으면 뺨이 얼얼할 정도로 얻어맞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뇌는 칭찬보다 부정적 평가가 강한 어휘에 노출될 때 감정 기복을 더 많이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폭력만이 신체에 해악을 입히는 것은 아니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칭찬하는 말도 뇌의 P2 시그널에 영향을 주지만 부정적인 말보다는 강하지 않았다. 특히 모욕적인 문장에 피실험자 실제 이름이 사용된 경우, P2 신호는 한층 강해지고 피부 전도성도 높아졌다.

조사 관계자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향한 칭찬 또는 욕설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왔는지 설명할 수 있는 진화적 압력이 있는지도 모른다”며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인간에 있어 모욕은 평판을 깎아내릴 중요한 위협이다.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인간에게 이런 위협은 경시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이 긍정적인 말이나 상황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부정 편향(negative bias)를 가졌음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사람의 감정이 한쪽에 쏠리는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환경의 통계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설도 있다”면서도 “부정적 자극과 긍정적 자극이 어느 정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진화적 분석을 제안한 점에서 이번 연구는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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