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위성 ‘IRAS’와 ‘아카리’가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한 제9행성(플래닛 나인, Planet 9)의 최근 탐색이 실패로 돌아갔다. 연구팀은 플래닛 나인 특정은 불가능했지만 그간 추측되던 거리를 크게 좁힌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개방대학교(The Open University)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으로 추측되는 플래닛 나인의 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1983년부터 지구 궤도를 도는 적외선 천문위성 IRAS(InfraRed Astronomical Satellite) 및 2006년 발사된 일본 적외선 위성 아카리(AKARI)의 정보를 토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마이클 브라운 박사가 처음 주장한 플래닛 나인은 태양계 외연천체의 궤도 분포 편중을 설명하는 하나의 가능성이자 태양계 바깥쪽에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행성이다. 태양계는 8개 행성으로 구성되는데,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공전궤도를 가진 외연천체는 매우 가늘고 긴 타원형이다. 이 궤도의 원일점(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가 태양과 가장 멀어지는 지점) 분포 분석에서 통계학적 편중이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태양으로부터 매우 멀리 공전하는 태양계 외연천체 개념도. 궤도 분포(분홍색 선)에 치우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 편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천체가 플래닛 나인(주황색)이다. <사진=칼텍 공식 홈페이지>

플래닛 나인은 태양으로부터 극히 먼 궤도를 공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으로 탐색돼 왔다. 이는 플래닛 나인이 중력에 의해 약간 수축하면서 스스로 적외선을 방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광시야 적외선 탐사선 ‘와이즈(WISE)’ 자료를 보면 플래닛 나인의 질량은 해왕성(지구의 17배)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궤도에 관한 시뮬레이션에서 플래닛 나인의 질량이 지구의 5~10배, 가장 타당한 값은 약 5배라는 점을 알아냈다.

이후 연구팀은 IRAS와 아카리 등 두 적외선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플래닛 나인의 탐색에 나섰다. 연구팀이 발사 및 탐사 시기가 23년이나 벌어지는 이들 위성을 고른 것은 이유가 있다.

제9행성(플래닛 나인)의 상상도. 실존할 경우, 지구의 약 5배 질량을 가진 해왕성형 행성으로 추정된다. <사진=칼텍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천체의 공전 속도는 중심에 있는 천체에서 멀어질수록 느려진다.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천체의 겉보기 위치 변화도 일반적으로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느리다”며 “몇 년 정도의 관측 값으로는 아주 먼 플래닛 나인의 위치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각 관측 기간이 20년 이상 벌어지면 그만큼 위치 이동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정확도 한계 상 연구팀은 관측 가능한 거리의 상한선을 8000천문단위(au, 1조2000억㎞), 하한선을 700au(1050억㎞)로 정했다. 이후 두 위성이 촬영한 적외선 천체들의 밝기와 스펙트럼의 에너지 분포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행성이라고 볼 수 있는 천체들의 질량과 태양으로부터 거리를 추정했다.

그 결과 535개나 되는 행성 후보가 발견됐다. 대부분 해왕성 질량과 비슷하거나 약간 작았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는 1000au(1500억㎞) 이내였다. 이는 플래닛 나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범위와 일치한다.

535개 행성 후보의 분포도. 위에서부터 적도 좌표계, 은하 좌표계, 황도 좌표계에 걸쳐 각 행성 위치가 파란 십자로 표기돼 있다. 색이 들어간 원은 각각 안드로메다은하(자주색), 대마젤란은하 및 소마젤란은하(녹색), 오리온성운(갈색), 굴드 대(Gould belt, 노란색), 캘리포니아성운(파랑)을 중심으로 한 영역을 나타낸다. <개방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다만 연구팀은 535개 행성들 안에 플래닛 나인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에 발견된 행성 후보 천체의 대부분은 은하 권운(galactic cirrus)이라는 천체 위치와 일치하거나 그 근처이기 때문이다. 은하 권운은 구름 같은 구조를 가진 성간운으로 원적외선을 방사한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행성 후보들은 모두 은하권운 자체이거나 그 근처에 있는 천체에서 방사된 적외선이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며 “플래닛 나인 발견에는 실패했지만 수수께끼의 천체가 존재할지 모를 범위나 그 질량을 좁히는 계기는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런 연구들이 반복되면 플래닛 나인의 존재 가능성이 아예 배제되거나 플래닛 나인 자체의 발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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