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 가진 두 위성이 과거 하나였을 가능성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학자들은 포보스(Phobos)와 데이모스(Deimos) 등 화성의 위성들이 원래 하나의 소행성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류키 효도 연구원 등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내고 화성 위성이 과거 하나였다는 ‘위성분열설’의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스위스 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내놓은 위성분열설은 화성의 형성 당시 커다란 위성 한 개가 만들어졌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이 위성이 약 27억년 전 조석력이나 천체 충돌 등 물리적 이유로 파괴됐고, 당시 발생한 파편 중 두 개가 현재의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이야기다.

위성분열설의 근거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장기적 궤도 변화다. 스위스 연방공대 연구팀은 두 위성의 궤도 변화를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어느 시점에 교차했을 수 있고, 이는 원래 한 천체에서 분열됐음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화성이 가진 단 두 개의 위성 포보스(앞)와 데이모스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를 검증하기 위해 JAXA 연구팀은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궤도가 과거 실제 교차한 적이 있는지 따져봤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두 위성이 하나였다는 전제하에 분열 후 궤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여러 공전 반경을 대입했다.

그 결과 분열로 생성됐다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1만년 안에 90% 확률로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두 위성이 수십억 년 후인 현재 서로 다른 궤도에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류키 효도 연구원은 “위성분열설에서 주장하는 단일 위성의 충돌 시 상대 속도는 100~300㎧로, 이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탈출 속도의 10~30배”라며 “이 충돌은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위성이 아닌 작은 돌조각으로 분쇄할 만한 위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돌의 영향으로 생긴 작은 파편들이 응집해 현재의 작은 위성이 됐다 치더라도 두 위성계와는 크게 다른 궤도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위성분열설의 오류를 밝혀낸 이번 조사가 추후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기원이 최소한 하나의 천체였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화성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궤도를 알 수 있는 애니메이션. MO와 MRO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궤도선 마스 오디세이(Mars Odyssey) 및 화성 정찰 위성(Mars Reconnaissance Orbiter),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는 유럽우주국(ESA)의 첫 화성 탐사선이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직경이 수십 ㎞ 수준으로 작고, 불규칙한 표면 형태로 인해 ‘감자 위성’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안쪽을 도는 포보스의 공전 속도는 화성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고 조석력에 의해 서서히 감속해 언젠가 화성 표면에 낙하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은 포보스와 데이모스 표면 암석 샘플을 채취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직접 탐사가 이뤄진다면 두 위성의 기원과 관련된 오랜 논란에 마침표가 찍힐 수도 있다.

인류가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실제 발견한 것은 1877년이다. 아일랜드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6년 펴낸 ‘걸리버 여행기’에는 변칙적인 궤도를 가진 화성의 위성 이야기가 등장한다. 천문학계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발견보다 150년이나 앞서 화성의 위성을 묘사한 담은 스위프트를 기려 포보스 표면 분화구 여럿에 스위프트의 소설 속 인물 이름을 붙였다.

참고로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기원에 대한 가설은 위성분열설 외에도 있다.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 ‘포획설’이다. 두 위성의 크기, 화성 바로 바깥쪽에 존재하는 소행성대를 근거로 화성 근처를 통과한 소행성이 중력으로 포획돼 위성이 됐다는 주장이다.

NASA의 화성 궤도선 마스 오디세이(Mars Odyssey)가 촬영한 포보스. 적외선 필터를 활용해 임의 착색한 합성 이미지로 2020년 공개됐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목성이나 토성을 예로 들면, 행성에 포획된 위성 대부분은 궤도가 뒤틀리고 기울어진 타원형을 그리며 공전한다.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공전 궤도는 뒤틀림이 거의 없는 원형이고 궤도도 기울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지구의 위성 달처럼 ‘거대충돌설’을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태고의 화성에 직경 약 500~1000㎞의 천체가 충돌하면서 흩어진 파편에서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포획설과 달리 공전 궤도를 설명할 수 있는 데다 포보스 표면의 스펙트럼 분석 결과 화성과 다소 유사한 광물이 검출된 점에서 학자들의 지지를 받는다.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그램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2020년 ‘환-위성 재활용설’을 내놨다. 변화가 없는 데이모스와 달리 안쪽을 공전하는 포보스는 조석력에 의해 파괴돼 고리를 형성한 뒤 다시 응집, 작은 위성이 되는 것을 반복한다는 흥미로운 설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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