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회로 기판(인쇄 회로 기판, printed circuit board, PDB)을 버섯으로 대체하는 친환경적이고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했다.

오스트리아 요하네스케플러대학교 연구팀은 11일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des’에 게재된 논문에서 영지버섯 균사체로 만든 전자회로 기판을 소개했다.

일반적인 전자회로는 전도성 금속으로 제작되며 이를 절연성과 냉각성이 우수한 프린트 기판 위에 얹어 전자회로 기판이 완성된다. 대부분의 경성 전자회로 기판은 재활용할 수 없는 페놀이나 에폭시 수지로 만들어지는 탓에 칩 수명이 다하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 자연분해되지 않는 전자회로 기판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t이나 발생한다.

불로초로도 부르는 영지 <사진=pixabay>

생분해성 전자회로 기판 재료를 고민하던 연구팀은 항암작용으로 널리 알려진 영지에 주목했다. 최근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비행기나 인공위성 껍데기를 만드는 시도가 활발한데, 연구팀은 이를 전자회로 기판에 응용했다.

수많은 버섯 중에 영지를 고른 이유는 독특한 껍질 구조다. 연구팀은 전체가 가죽 같은 코르크 재질로 이뤄진 영지 껍질이 강도와 탄성이 뛰어나고 표면에 광택이 살아있는 점에서 전자회로 기판에 적합하다고 봤다.

연구팀 관계자는 “건조한 영지 껍질은 탄성이 우수하고 절연성이 높으며 200℃ 이상 온도에도 견딘다”며 “종이 정도 두께의 시트를 쉽게 만들 수 있어 전자회로 기판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전했다.

페놀이나 에폭시로 만들어지는 전자회로 기판 <사진=pixabay>

이어 “영지 껍질은 습도를 적절히 맞추고 자외선만 차단해 주면 열화 없이 수백 년 동안 전자회로 기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망가지더라도 땅에 묻어 버리면 2주일 정도면 생분해되기 때문에 재활용도 쉽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완성된 영지 전자회로 기판은 에폭시 재질 등 기존 기판과 거의 동등한 전도성을 보였다. 약 2000회 구부려도 기판의 성능이 유지된 점에서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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