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고위층 무덤에서 악어 머리뼈가 무더기로 출토됐다. 전례가 없는 독특한 발견에 고고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23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악어 9마리의 머리뼈가 처음으로 발굴됐다고 발표했다.

머리뼈가 나온 곳은 이집트 테베 옆 네크로폴리스에 조성된 귀족 무덤 두 곳이다. 악어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신성시한 동물로, 그 머리를 한 신 세베크(Sebek)도 존재한다. 세베크는 강한 힘과 민첩성, 파라오의 권력, 무용을 상징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악어의 머리뼈가 제물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가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숭앙하는 신의 석상을 망자의 무덤에 넣었으면 모를까 제물로 바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 인이 떠받든 세베크 신의 석상 <사진=영국 옥스퍼드 애시몰린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지금까지 이집트 나일강변에서는 몇 차례 악어 미라가 발견됐다. 세베크 신으로 신성시된 악어가 죽으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내장을 꺼내고 온몸을 방부 처리해 지하 묘지에 안치했다.

이번에 드러난 악어 머리뼈들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네크로폴리스의 귀족 무덤에서 악어 머리뼈가 나온 것도 처음이지만 오직 두개골만 발견된 점에서 고고학계는 큰 미스터리와 마주하게 됐다.

조사 관계자는 “악어들의 상태로 미뤄 미라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단지 아마포로 감싼 점은 세베크 신을 모신 이집트 사람들의 행위로 보기엔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악어 머리뼈들이 네크로폴리스 무덤에서 나온 점이 단서라고 판단했다. 인접한 테베는 신왕국 시대 ‘산자의 수도’로 여겨지며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 등이 세워졌다. 나일강 서안의 네크로폴리스는 죽은 자의 도시로 특화돼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등 왕가 및 귀족들의 묘지가 들어섰다.

현생종 나일악어 <사진=pixabay>

악어의 두개골은 고대 이집트 제11왕조 4대 파라오 멘투호테프 2세 때 활동한 고위 관리 2명의 무덤에서 나왔다. 무덤의 벽에 멘투호테프 2세의 그림이 선명했다. 세티라는 인물과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한 명으로, 파라오에 직접 답변하는 것이 허용된 최고위 관리로 추측된다.

조사 관계자는 “두 무덤에서 발견된 악어들의 머리는 현재도 서식하는 나일악어의 것으로 확인됐다”며 “단지 아마포에 싸였을 뿐 미라로 만드는 등 보존처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은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고대 이집트 유적을 발굴해온 고고학자들은 보석과 조각, 왕족의 미라 등 가치가 있을 만한 유물들만 주목한 경향이 있다”며 “이집트인들이 신으로 떠받든 동물들의 유해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기에 관련 자료도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연구팀은 현재 악어의 머리를 절단한 방법은 알 수 없지만 두개골은 매장된 인물에 바친 공물일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경우 세베크 신의 머리를 더럽힌 것이기에 이 신을 모신 이집트 사람들의 생활상을 달리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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