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서로 출발점은 달라도 모두 죽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불변의 진리를 일깨우기 위해 미국에는 ‘죽음의 박물관(Museum of Death)’이 운영되고 있다.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문을 연 ‘죽음의 박물관’은 할리우드로 한차례 이전했다. 현재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 별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희한한 박물관은 죽음에 관한 교육이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른바 죽음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설로,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망자의 유품을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나폴레옹과 알프레드 히치콕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데스마스크부터 각종 동물 박제와 진짜 사람의 두개골로 제작한 티베트 술잔, 잔혹한 실제 범죄의 현장 사진 등 죽음을 상징하는 온갖 물건들이 채워져 있다.

할리우드와 뉴올리언스에 자리한 '죽음의 박물관' <사진=죽음의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무려 130명 넘는 환자를 안락사해 ‘죽음의 의사’로 불린 미국 잭 케보키언의 안락사 장치 타나트론과 머시트론도 이곳에 전시됐다.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존 웨인 게이시와 제프리 다머의 유품, 또 다른 미국의 연쇄살인범 아이린 워노스가 감방에서 입은 수의, 컬트 종교단체 헤븐스 게이트의 신도 모집 광고 비디오 등 실제 사건과 단체에 얽힌 물건도 많다.

전시된 물품들이 워낙 기괴하고 현실적이다 보니 설립 28년째를 맞은 ‘죽음의 박물관’에서는 일부 관람객이 기절하거나 구토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기하게도 이곳 직원들은 이런 숫자를 일일이 기록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도록 전시 품목을 교체한다.

‘죽음의 박물관’ 스콧 힐리 큐레이터는 “궁극적인 죽음의 교육을 지향하는 박물관인 만큼 소름 끼치는 섬뜩한 전시물 외에 실제 살인범들의 유물을 보여주고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해 구토 및 기절하는 관람객들이 나오고 있지만 긍정적인 반응도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멕시코 등 남미 국가들은 '망자의 날' 등을 통해 죽음을 생각하고 교육한다. 미국을 포함, 우리나라 같은 국가가 죽음의 공론화를 금기시하는 것과 정반대다. <사진=pixabay>

그는 “박물관이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죽음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 관람객들이 공감한다”며 “우리 사회는 죽음에 관한 교육이 결여된 데다 죽음을 금기하는 분위기가 있다. 죽음에 대한 억눌린 호기심이 박물관에서 충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죽음의 박물관’ 측은 전시품들이 하나같이 어두운 소재일지라도 죽음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흉악한 연쇄살인마의 유품을 보여주는 점에 대해서는 “이런 괴물을 만든 데는 미국 사회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설립 초기부터 연령 제한 없이 운영돼온 ‘죽음의 박물관’은 현재도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입장 가능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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