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2'의 T-1000을 떠올리게 하는 액체 로봇이 등장했다. 몸의 형태를 순식간에 바꾸는 T-1000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금속과 액체 상태를 오가는 물질이 개발돼 시선이 집중됐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연구팀은 25일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소개된 논문에서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고체로 변화하는 초소형 소프트 로봇을 공개했다.

로봇 공학자들이 주목하는 소프트 로봇은 금속 등 딱딱한 소재가 아닌 유동성이 뛰어난 폴리머, 고무 등으로 제작한다. 특유의 신축성을 활용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의 탐색 등에 활용된다.

해삼에서 착안해 제작된 상변화 물질 <사진=카네기멜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소프트 로봇은 겉면이 단단한 로봇이 따라가지 못하는 유연성이 장점이지만 동작 제어가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재질이다 보니 자세나 동작을 확실히 잡아줄 수 없어 정확성을 요구하는 작업에는 부적합하다.

연구팀은 해삼이 상황에 따라 몸을 빳빳하게, 또는 부드럽게 변화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본뜬 상변화(상전이, change of state) 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 소프트 로봇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것으로 생각했다. 상변화란 열을 가함에 따라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 등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상변화 물질은 융점이 30℃로 낮은 갈륨에 자성 입자를 매립하는 식으로 완성했다. 자성 입자는 교번 자기장에 반응해 히터처럼 금속을 가열하고, 융점이 낮은 갈륨은 금세 고체에서 액체로 상변화하는 구조다. 자성 입자의 자기를 이용, 로봇의 동작을 기존 소프트 로봇보다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다.

사람 형태로 만든 고체 로봇에 상변화를 일으켜 액체로 변환되는 과정 <사진=카네기멜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변화 재료는 히트건이나 전류 같은 외부 열원을 이용해 물질의 상태를 변환했다"며 "이번에 개발된 상변화 재료는 내부에서 열을 발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새 상변화 재료의 유동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로봇을 감옥 같은 틀에 넣었다. 고체 상태에서 틀에 갇힌 로봇은 자성 입자를 통한 내부 가열로 녹아내려 '터미네이터2'의 T-1000과 같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상변화 재료는 두 동강이 나도 물방울이 모이듯 다시 결합하는 것도 가능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상변화 물질로 소프트 로봇을 제작하면 질병 치료나 전자회로 조립 등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인체 안전성을 검증하는 등 실용화까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액체처럼 스며 고체화하는 방식으로 그간 불가능했던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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