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은 생각보다 빨리 변질된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은 우주의 다양한 정보를 가졌지만, 생각보다 단시간에 변질돼 대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연구팀은 20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향후 운석 연구의 방향은 첨단 탐사 장비를 이용한 행성 샘플 회수에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운석이 우주 공간의 성질을 파악할 직접적 수단은 맞지만, 운석이 지구 환경에 의해 변질되는 속도는 학자들 추측보다 훨씬 빠르다고 강조했다.

윈치컴 운석 샘플.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런던대학교·로열홀러웨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진공인 우주와 비교해 지구에는 운석의 고유한 조성에 변화를 줄 물질이 가득하다. 이런 이유로 학자들은 운석 낙하 후 가급적 빨리 회수를 시도한다. 운석 낙하가 실시간으로 목격될 경우, 며칠에서 몇 주 안에 샘플을 회수하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다만 연구팀은 운석이 물이나 산소 등 지구상의 물질에 금세 변질된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운석 표면은 대기권 돌입 시 받은 고온으로 일부 녹는데, 열이 내부까지 침투하지 않아 고유한 정보를 간직한 것으로 학자들은 간주했다”며 “지구에 떨어지고 단시간 내에 회수된 운석이 정말 지구 물질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건 억지”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윈치컴 운석을 들었다. 이 운석은 2021년 2월 28일 영국 글로스터셔 윈치컴에 떨어졌다. 학자들은 운석 낙하로부터 불과 12시간 흐른 3월 1일 아침 첫 파편을 입수했다. 나머지 조각 대부분도 운석 낙하 일주일 안에 회수했다.

소행성 류구에 착륙해 약 5g의 샘플을 채취하는 하야부사 2호의 상상도 <사진=JAX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2021년 3월 2일과 3월 6일 가정집 마당 및 목장에서 각각 발견된 윈치컴 운석의 샘플을 비교 분석했다. 목장의 운석 표면에서는 조성 상 포함될 리 없는 옥살산칼슘 결정이 확산 중이었다.

또한 연구팀은 주사 전자현미경법과 투과형 전자현미경법, 라만 분광법을 통해 두 운석이 떨어진 뒤 지구 환경에 노출되며 생성된 물질을 특정했다. 그 결과 탄산칼슘과 황산칼슘, 염화나트륨이 운석 낙하 후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조사 관계자는 “녹아내린 운석 표면의 미세한 균열을 메운 탄산칼슘은 탄산염 광물인 방해석의 조성과 결정구조를 보였다”며 “탄산칼슘은 대기권 돌입 시 고압으로 생성될 수 있지만 윈치컴 운석은 이런 조건을 충족할 만큼 높은 압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산칼슘은 주로 소석고 형태로 존재하는데, 윈치컴 운석의 녹은 표면이나 노출면의 바깥쪽에서 검출됐다”며 “황산칼슘은 1400℃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운석 낙하 시 고온에 의해 소멸돼야 한다. 즉 운석의 황산칼슘은 지상으로 낙하한 후 황화철 및 물의 반응으로 생성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화성 표면 샘플을 지구로 옮기는 NASA와 ESA의 공동 미션 개념도. 퍼서비어런스의 채취부터 헬기, 착륙선, 소형 궤도선을 활용하는 단계까지를 보여준다. <사진=NASA·ESA 공식 홈페이지>

염화나트륨은 가정집에서 수거된 운석의 연마된 표면에서 검출됐다. 조사 관계자는 “운석 표면에서 염화나트륨이 생성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면서도 “갈려 나간 운석 표면에서 염화나트륨이 나온 전례가 없고, 염화나트륨이 물에 미량 포함된 이온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낙하 이후 생긴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운석이 지금까지 예상보다 단시간에 변질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향후 운석 연구는 계속돼야 하겠지만, 이보다는 행성의 대기나 암석, 물 등 우주 공간의 샘플을 밀봉해 직접 회수하는 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 탐사선은 소행성 류구의 샘플을 몇 년에 걸쳐 지구로 보내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퍼서비어런스’ 등 화성 탐사 로버가 채취한 귀중한 샘플을 밀봉해 지구로 들여오는 ‘화성 샘플 리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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