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거북이가 일광욕이 아닌 월광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이 신기한 습성의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다.
호주 라트로브대학교 연구팀은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세계 각지의 민물 거북이 한밤중에 월광욕을 즐긴다고 밝혔다. 거북이나 자라, 악어 등 일부 파충류는 변온동물의 특성상 일광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의외로 월광욕이 관찰되면서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민물에서 지내는 거북의 상당수는 낮에 햇볕을 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광욕은 변온동물의 체온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학자는 기생충이나 세균이 서식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라트로브대학교 야생동물학자 도널드 맥나이트 박사는 지난 2020년 민물 거북이 한밤중에 은은한 달빛을 쬐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 흥미로운 현상을 학계가 간과해온 것이 아닌가 의심한 박사는 미국과 독일, 세네갈 등 민물 거북이 서식하는 9개국의 다양한 습지에서 대규모 조사를 진행했다.
박사는 "민물 거북이 사는 9개국 총 25개 지역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고 7개과, 29종의 거북을 관찰했다"며 "우리가 투자한 시간은 무려 2만5273시간으로, 이를 통해 얻은 87만3111매의 사진을 분석해 6개과 13종의 거북이가 월광욕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왜 민물 거북이 월광욕을 즐기는지 그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맥나이트 박사는 적잖은 종의 거북이 월광욕을 즐기며, 이런 현상은 바다거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사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일광욕의 효과를 월광욕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거북이 밤에 뭍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는 이 미스터리한 현상을 연구하면 민물 거북의 생태를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